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 창업자는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을 지키고 있던 장남 암셀과 차남 살로몬에게 구약성서에 나오는 ‘낱개의 화살과 화살 다발의 힘’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섯 아들에게 단결을 강조했다.
화살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열두 명의 아들을 둔 남자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 임종을 맞이하게 된 아버지는 툭하면 싸움을 일삼는 아들들에게 ‘화살 하나를 부러뜨리는 건 쉽지만 열두 개의 화살 뭉치를 부러뜨리는 건 쉽지 않다’는 교훈을 가르쳤다는 내용이다.
로스차일드 역시 1812년 세상을 떠나기 전 다음과 같은 엄격한 유언을 남겼다. △가족 구성원은 반드시 서로 협력하고 사랑하며, 아귀다툼을 하지 않는다 △공동출자 경영자, 이사장 등 가족은행의 중요한 직책은 모두 로스차일드 가문의 직계 남성이 담당한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외척과 그 후손은 공동출자 경영자가 될 수 없다 △가족은행은 개인은행의 형식으로 운영하며 경영상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는다 △가문의 재산이 분산되지 않도록 가문의 직계 남성은 아버지의 자매 및 어머니의 형제자매 등 친척끼리 혼인해야 한다 등이다.
로스차일드가의 5형제 암셀, 살로몬, 네이선, 칼, 제임스는 아버지의 당부에 따라 대대로 가족간의 끈끈한 결속력을 유지해 나갔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가족 내부의 통혼을 통해 재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이 규정은 초기에는 엄격히 지켜졌으나, 나중에 완화돼 다른 유대인 은행가 집안과의 통혼까지로 범위가 확대됐다.
가족의 엄격한 통제, 기계처럼 정확한 협조, 빠른 시장 정보 수집 능력, 냉철한 이성, 그리고 금전과 재산에 대한 깊은 통찰 등은 로스차일드가가 200년 동안 전 세계 금융 및 정치와 전쟁의 냉혹한 소용돌이 속에서 활약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금융제국을 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로스차일드가의 형제들은 후손이 아버지의 유지를 명심할 수 있도록 다섯 개의 화살을 움켜쥔 손을 가문의 문장에 그려 넣었다. 로스차일드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200년 가까이 되었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은 여전히 대대로 충실하게 그의 유지를 지켜나가고 있다. 로스차일드의 유지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무너지지 않고 8대를 이어가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게 한 토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