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서울에서 강릉으로 출장을 갈 때 주로 버스를 탔어요. 업무로 피곤한데 몸을 이끌고 운전까지 하는 게 버거웠죠. 그런데 무인차를 구입한 뒤로는 달라졌어요. 운전석에 앉아서 업무를 보다가 일이 마무리되면 스마트폰을 봐요. 뉴스를 검색하고 웹툰을 보다가 게임을 하죠. 그러다 싫증이 나면 의자를 뒤로 돌려 뒷좌석에 앉은 탑승자와 담소를 나누기도 해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이 같은 장면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성대히 막을 연 ‘북미 오토쇼’에서는 이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무인차 ‘F015 럭셔리 인 모션’은 완전한 자율주행을 하는 차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량에 장착된 각종 센서와 네트워크 시스템이 도로에서 차량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F015 럭셔리 인 모션은 알루미늄과 고강도 철제, 탄소섬유를 소재로 쓴 일체형 차체로 구성됐다. 동력은 후방에 장착된 두 개의 전기모터와 수소 연료탱크에서 얻는다. 최고출력은 272마력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7초에 불과하다. 무인차의 기술과 고성능, 친환경 등 3박자의 최첨단 사양을 갖춘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벤츠의 F015 럭셔리 인 모션에 주목했다. 그는 벤츠 전시장에서 이 차를 본 뒤 “유니크하다”고 평가했다.
IT의 강자인 구글은 이번 모터쇼에서 무인차의 청사진도 내놨다. 구글의 무인차 개발사업을 지휘하는 크리스 엄슨은 “2∼5년 안에 일반인이 실제 도로에서 무인차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무인차가 아직 시험 단계에 있는 만큼,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 역시 “향후 5년 내에 도로 위에 무인차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인차의 시장 전망은 밝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오는 2035년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4대 중 1대가 무인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차가 도로 위에 첫 등장하는 시기는 2017년으로 봤다. 이후 시장 규모의 성장세가 이어져 2025년에는 420억 달러(약 46조원)의 무인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했다.
자동차 판매가 추세적 하향 위기를 겪고 있는 제조사들에 무인차 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