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100일] 벽으로 이어진 바닥 균열… “123층짜리 세월호 되나”

입력 2015-01-19 11:24 수정 2015-01-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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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 10일간 상주해 보니… 지하주차장, 매장 30여곳 균열, 천장엔 누수까지

(유지만 기자 redpill@)
균열 ·누수 끊이지 않는 모래위 성… 임시개장 100일 앞둔 제2롯데월드 “일주일간 둘러보니”

이달 21일은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해 있는 제2롯데월드가 임시 개장한지 100일째가 되는 날이다. 임시개장 후에도 제2롯데월드에서는 아쿠아리움 누수와 영화관 진동, 지하주차장 균열 등 안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본지가 이달 초부터 직접 현장을 둘러봤을 때도 건물 내에서는 새로운 균열과 누수 등이 수없이 발견됐다.

롯데 측은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지만, 롯데월드몰에 입점해 있는 업체 직원들과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었다. 현장에서는 안전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수였다. 123층짜리 초고층 빌딩은 ‘불안’이라는 지반 위에서 여전히 ‘모래성’처럼 세워지고 있었다.

◇이어지는 보수 공사… 건물 곳곳서 새로운 균열 발견돼=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를 처음 찾은 것은 지난 7일. 지하철 2호선 잠실역과 제2롯데월드 간 연결통로는 평일임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맞은편 롯데백화점 잠실점 쪽의 많은 인파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상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잠실역 교차로에서 잠실호수교까지 제2롯데월드 타워와 버스환승센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보행자 도로를 막고 펜스를 세워놓은 탓에 시민들은 차도 갓길에 마련된 임시 보행통로를 이용해야 했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최근에 대규모 균열이 발견된 지하주차장부터 찾았다. 주차장은 썰렁하다 못해 황량하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차량이 없었다. 방문객 차량보다 오히려 공사업체 차량이 더 많이 눈에 띄였다. 지하 3층 물류 하역장 차량과 공사 자재를 나르는 차량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지하 6층은 자재들이 가득 메우고 있어 주차장이라기보다 ‘자재 창고’에 가까웠다.

문제가 된 주차장 바닥의 균열은 롯데 측이 1월초 에폭시로 메운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주차장 벽에서도 균열을 새롭게 찾을 수 있었다. 7일 하루 동안 발견한 벽면 균열만 30여곳. 일부 균열은 명함보다 두꺼운 주민등록증이 꽂힐 정도로 패여 있었다. 균열들은 일정하게 벽면을 타고 아래에서 위로 벌어져 있었다. 대부분 2m 이상의 길이였으며 천장까지 닿거나 바닥 균열이 벽으로 이어진 곳도 있었다.

누수가 발생한 상황도 포착됐다. 13일 지하 4층 주차장 천장에서는 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수로 영업이 중단된 아쿠아리움 방향이다. 다음날 같은 곳을 찾았지만 누수는 계속됐고 수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바닥에 정수기 물통을 가져다 놓은 게 전부였다.

롯데 측은 지난 13일 작업 인원을 동원해 벽면 균열을 하얀색 페인트로 덧칠했다. 작업이 끝난 벽면에는 수많은 하얀색 선들이 지저분하게 그려졌다.

균열은 매장이 들어선 층에서도 발견됐다. 14일에는 명품관 계단통로와 쇼핑몰 1층, 3층의 의류매장 천장에서 균열이 보였다. 15일에는 2층 여성의류 매장에서 건물에 진동이 느껴져 직원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유지만 기자 redpill@)
◇“본사 직원들도 오기 싫다 하더라”= 건물 바깥도 불안감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8일에는 제2롯데월드 주변 세 군데서 지반침하가 발견됐다. 송파대로 제2롯데월드 롯데몰 앞과 석촌호수로 본가설렁탕 앞, 삼학사로 서울놀이마당 교차로다. 세 곳 모두 제2롯데월드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고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롯데물산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일평균 방문객 수는 10월 약 10만8000명에서 11월에는 9만9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어 지난달인 12월에는 7만여명으로 급감했다. 개장 초반보다 고객 수가 30%이상 줄어든 셈이다.

제2롯데월드 입점 직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쇼핑몰 3층에 위치한 잡화점 매니저 박모(42·여)씨는 12일 내부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도 불안해서 주변에 오지 말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매출은 개장 초기와 비교8할 때 5분의 1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본사 직영 브랜드의 경우 직원들이 이곳에 오지 않으려고 한다더라”고 전했다.

롯데 계열사 직원들의 심경도 비슷하다. 잠실에서 근무하는 롯데 직원 김모(28·여)씨는 “출근 때마다 탈출 경로를 머릿속으로 되새긴다”며 “일하는 사람들도 불안한데 고객들은 오죽하겠나 싶다”고 털어놨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컸다. 14일 석촌호수에서 만난 이상철(56·송파구 석촌동)씨는 “10년 넘게 살면서 이렇게 문제가 많기는 처음”이라며 “저 큰 건물에서 문제라도 생긴다면 주변에 끼칠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주민들 모두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며 “석촌호수 근처에 가지 말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123층짜리 세월호 들어설지도… 원점 재검토 절실= 이같은 안전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자, 전문가들은 건물의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균열과 누수가 하나의 현상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롯데 측이 내세운 건조 수축이 아니라 지하수 유출 과정에서 가해지는 양압력이나 지반, 설계상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공사 초반부터 지적된 문제점들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도 안전 불감증에서 빚어진 인재(人災)였다”며 “롯데와 서울시가 이대로 안전 문제를 덮는다면 123층짜리 세월호가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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