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서울 중구 '재미로', 한국의 몽마르트르를 꿈꾸다

입력 2015-01-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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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애니메이션센터부터 지하철 4호선 명동역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에는 만화의 거리인 '재미로'가 형성돼 있다.

오밀조밀 언덕을 따라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예술가들의 흔적이 살아있는 골목이 있습니다. 작가들의 흔적이 곳곳에 서린 골목과 언덕배기를 넘어 꼭대기에 이르면 저 멀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죠.

언뜻 떠올려보면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 떠오릅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명소로 익히 알려진 곳으로 말이죠.

그러나 이곳은 서울에 위치한 한 언덕길입니다. 바로 한국의 몽마르트르를 꿈꾸는 서울 중구 재미로입니다.

만화의 거리인 재미로는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주도로 지난 2013년 탄생했습니다. 104년 한국 만화의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목적으로 말이죠. 역사는 짧지만,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골목이 찾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재미로' 곳곳에선 친숙한 만화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재미로는 명동역 2, 3번 출구부터 서울애니메이션센터로 이어지는 언덕길 300m에 걸쳐있습니다.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재미로는 크게 다섯 곳의 만화공간정류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명동역 출구로 이어지는 상상공원과, 퍼시픽 호텔 앞 만화삼거리, 사연우체국, 재미운동장, 만화언덕 등이죠.

이곳엔 한국 만화의 어제와 오늘이 표현됐습니다. 게스트하우스부터 카페, 벽면, 조형물이 맞이합니다. 1980년대 '달려라 하니'와 1990년대 '까꿍', 최근 인기를 끈 '라바'와 '무대리'까지 시대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재미로 끝자락인 만화언덕에선 한국 만화 100년을 수놓은 작가 40명의 대표작 캐릭터들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곳을 찾은 이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재미로' 끝자락에 있는 만화언덕에는 한국 만화 100년을 수놓은 작가 40명의 대표작 캐릭터들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재미로는 단발적으로 조성된 거리가 아닙니다. 본격적인 사업 시행은 지난 2013년 말부터였지만, 언덕 길을 꾸리는 작업은 지난 2012년부터였죠. 또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주관하는 만화의거리축제 '재미로 놀자'가 열리며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재미로를 한국 몽마르트르라고 말하긴 이른 게 사실입니다. 19세기부터 고흐·르누아르를 비롯한 많은 화가와 시인들이 모여들어 인상파·상징파·입체파 등의 발상지로 꼽히는 명소와 단순 비교는 어렵죠. 재미로 인근에는 생긴 지 이제 갓 10년이 넘은 여행자 숙소들과 관광객을 맞이하는 캐릭터들뿐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건 하나 있습니다. 10년 전 한적한 주택가에서 현재까지 변천사를 본다면 미래의 재미로는 또다시 변화할 수 있단 것이죠.

▲'재미로'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 내부의 모습. 한적한 주택가였던 '재미로' 일대는 10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며 풍경이 바뀌었다.

한때 이곳은 한적한 주택가였습니다. 길 건너 명동 일대가 일제 강점기부터 상업중심으로 성장할 동안에도 산등성이에 있는 마을에 불과했죠. 그러나 불과 10년 새, 한류와 함께 찾아온 관광객 덕에 조용한 언덕길은 변화의 바람을 맞이했습니다.

한국의 몽마르트르를 꿈꾸는 재미로. 이곳는 어제와 다른 내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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