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국내외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금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인가, 아니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제조업은 승승장구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하루아침에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 직면하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중국의 거침없는 기술개발로 우리와 기술 격차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와 있고 경쟁력을 잃어가던 일본은 엔저에 힘입어 우리경제는 신 ‘센드위치’ 입장에 처해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많은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정부 출범 초 힘 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장기적 국가 경쟁력이 살아날 것인지에 대한 급소를 찾지 못한 채 타이밍을 놓치고 백화점식 정책 나열로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부 출범 초 경제부흥을 위해 개념도 애매한 창조경제 실현과 시대적 요구 사항을 반영한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2014년 초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후 경제민주화는 거두어들이고 규제혁파를 강도 높게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말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어느 과제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경제부흥, 창조경제, 경제혁신, 규제혁파, 구조개혁 등 백화점식 정책 나열로 힘을 분산시킨 것은 아닌지. 백화점에 가 윈도 쇼핑을 할 때면 물건 하나하나 다 갖고 싶은 물건들이다. 그러나 예산 제약조건과 필요의 긴급성에 따라 어느 물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가장 긴급한 정책은 무엇인지 선택하여 거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야 성공할 수 있다. 12일 기자회견에서 4대 구조개혁을 대통령이 강조하여 때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정권 초기 정부가 힘을 갖고 있을 때 사회 전체적인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했어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그 구조개혁이 반드시 성공하여 장기적인 한국의 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긴급한 구조개혁을 미적거리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대신 미국은 2008년 국제금융 위기 이후 과감한 사회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실시해 지금 유일하게 경제선순환을 즐기고 있다.
구조조정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절박한 각오로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 대신 나라를 살릴 수 있다. 일시적 저성장을 각오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장기적 성장을 구현할 수 있다. 공룡처럼 커진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부채를 줄이고 통폐합을 통하여 공공부문의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국가에 재앙을 안길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도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거기에 묶인 인력과 자금이 성장 가능성 있는 부분으로 이동하여 사회 전체적인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최소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기업들을 우선 구조조정하고 그 다음으로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0보다 낮은 기업을 퇴출시켜야 한다. 이런 기업들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파괴되는 기업들이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업자를 위하여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는 재정확보를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중세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 발굴 작업을 더 강하게 실시해야 한다.
개인과 가계 부문의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경제가 더 어려워질 때 핵폭탄이 될 위험이 높다. 지금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과 금융완화 정책이 혹여나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은 아닌지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하지 못하면 IMF 때처럼 타율적으로 구조조정을 강요받을 것이다. 그럴 경우 충격과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좌고우면하며 윈도 쇼핑이나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