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추억의 설레임은 맨발로 춤을 춘다

입력 2015-01-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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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희 니트로아이 전략기획실장

인생의 속도가 조금씩 증가하는 동안, 우리는 일상 속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부대낀다. 그 만남이 업무의 연속이든, 혹은 새로 사귀는 지인이든 말이다.

이는 책장에 한 권씩 늘어가는 명함첩으로, 또 핸드폰 주소록에 고스란히 쌓여간다. 주고받았던 명함이나 혹은 저장된 연락처에 대한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내 머릿속 구석 귀퉁이엔 이따금 떠오르는 번호가, 아니 어쩌면 그 번호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다이얼패드에서 무의식적으로 누르는 번호가 있다.

더 나이 들기 전, 더 시간이 지나 서로가 서먹해지기 전에 일년에 두 번은 꼭 공식모임을 갖고, 종종 가까운 사람들끼린 치맥타임 같은 번개모임도 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싱싱한 젊은 기운 가득했던 20대의 절반을 같이했던 사람들과의 만추여행, 우리는 함께 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다소 애매한 나이에 20대의 땀방울을 기억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던 날, 뭐가 그리도 서운한지…

“올해 가기 전에 또 보자”

“야, 우리 다음 모임은 송년회다. 연말에 바쁘더라도 다들 시간 내야 해”

“송년모임 때 안 나오는 녀석들, 우리 모임에서 영구 탈퇴시킨다고 해. 알았지?”

하지만 뭐가 그렇게 바쁜지 우리네 연말은 그냥 개개인의 분주함 속에 훌쩍 지나버렸다. 여기는 눈 진짜 많이 왔어요. 여긴 겨울인데 하나도 안추워. 헉… 눈이 너무 와서 차 시동이 안걸려요. 아, 어제 과음으로 오늘 종일 화장실만 들락거렸어요.

‘화려한 20대의 추억 CUEB’ 모임 어플을 통해 참 소소한 우리네 일상들은 유독 큰 눈이 없던 이번 겨울 내린 눈보다 더 소복소복 쌓여갔다. 때론 출산을 알리는 녀석, 혹은 벌써 1년이 지나 돌잔치를 알리는, 혹은 새집 장만하며 이사했다는 소식 등 우린 또 다른 만남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우린 지난 가을 여행 이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잘 알고 있다. 그 누구보다 정말 당당한 이십대를 값진 땀방울 함께 흘렸던 우린,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기저기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더 진한 포옹으로 서로를 껴안을 다음 모임을 내심 기대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구정이 다가오기 전, 서둘러 새집 장만한 선배부터 만날 약속을 잡아야겠다. 그리고 그들에게 먼저 안부를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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