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삼성전자, 정말 바닥을 탈출했나

입력 2015-01-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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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3분기 실적보다 개선된 것을 두고 ‘삼성전자 실적이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는 국내 증권사와 언론 보도가 많았다. 실제로 삼성전자 발표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은 5조2000억 원으로 3분기의 4조605억 원보다 약 28.08% 증가했다고 한다. 수치만 보면 상당히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특히 2014년 들어서 계속 하락세를 걷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일단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런데 두 가지를 주의해서 봐야 한다. 연말특수와 환율효과에 따른 실적 착시현상이다. 먼저 연말특수의 영향을 보자. 매년 삼성전자의 분기별 실적을 보면 4분기 매출액은 이전 분기 실적보다 껑충 뛰어오른다. 4분기에는 ‘블랙 프라이데이’로 상징되는 글로벌 연말특수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할인 판매의 폭이나 마케팅 비용의 증감 등에 따라 영업이익은 매출액과 다른 패턴을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분명히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의 많은 부분은 연말특수에 힘입은 바 크다.

실제로 전분기 대비가 아니라 계절성이 대체로 사라지는 전년 동기 대비로 살펴보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매출액 ?12.3%, 영업이익 ?37.4% 수준의 실적 악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같은 방식으로 비교했을 때 각각 10%대의 플러스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애플과 대조적이다.

이어 환율효과를 보자.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나드는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되는 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2013년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분기(3분기) 대비 2조원 가까이 하락했을 때 환율효과에 따라 원화 환산 영업이익 감소폭이 6000억~8000억 원에 이른다고 우리 연구소가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7000억 원 정도라고 실토한 바 있다.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2013년과는 반대로 덕을 봤다. 2013년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원달러 평균 환율이 50.08원 하락해 원화 환산 영업이익이 7000억 원 가량 줄어들었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평균 환율이 60.96원 올랐다. 이 같은 환율 움직임과 매출액 규모 등을 감안해 추정해보면 지난해 4분기에 환율효과만으로 6000억~7000억 원 정도는 증가했을 것이다. 만약 환율이 3분기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5조2000억 원이 아니라 4조5000억~4조6000억 원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이 두 가지 효과를 제외하면 삼성전자 실적은 3분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일시적 요인이 강해 영업실적이 구조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 실적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스마트폰 시장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뒤 회복 기미가 없다. 국내 언론들은 쉬쉬하지만 갤럭시폰 재고가 엄청나게 쌓이고 있다는 게 정확한 관측이다. 그렇다고 당장 갤럭시폰을 대체할 만한 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매출이 잠시 받쳐주겠지만, 역부족일 것이다. 삼성전자의 구조적 위기는 여전히 해소된 것이 없다.

이처럼 일시적 요인에 의한 실적 증가를 근거로 삼성전자 실적이 바닥을 쳤다고 속단하는 것은 무리다. 이는 삼성의 실적을 보도하는 한국 언론과 외신의 다른 태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주로 전분기 대비 실적 개선을 헤드라인에 내세운 반면 외신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7% 하락한 것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기사가 많았다.

그 동안 한국 언론들은 삼성을 위시한 재벌 대기업에 대해 늘 긍정적인 정보를 과장하고 부정적인 정보는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삼성을 위시한 재벌 대기업들에 관한 기사를 볼 때에는 요란한 헤드라인 이면에 숨겨진 정보들을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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