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기 호조에 힘입어 ‘11·4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상·하원 모두를 야당 공화당에 내준 ‘레임덕 대통령’의 모습을 탈피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되찾은 자신감만큼이나 여야 대립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밤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한 새해 국정연설에서 더 강하고, 공격적으로 앞으로 남은 자신의 임기 2년간 추진할 역점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청사진을 제시하기에 앞서 그간의 경제 성과에 대해 자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침체로부터 일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커뮤니티 칼리지 학비 무료화, 부자증세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 등의 국내 정책은 물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외교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등의 대외 정책을 거론하며 앞으로도 자신의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 호조와 더불어 1년 8개월 만에 50% 지지율을 회복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다는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4번에 걸쳐 ‘의회가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거나 ‘의회에 촉구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화당 주도의 미 의회를 압박했다. “정치만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 중산층을 위한 경제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다”며 공화당의 ‘발목 잡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거부권(Veto)’이라는 단어도 두 번에 걸쳐 언급하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대(對)이란 추가 제재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하겠다고 못박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거나 함성을 낸 데 비해 공화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했다. 연설 끝에 오바마 대통령이 “내가 더는 나설 선거 캠페인이 없다”고 말하자 근엄하게 앉아있던 공화당 의원들 일부에서 갑자기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나는 두 번 다 이겼다”고 받아치면서 본회의장 전체가 웃음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설 내내 의회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정연설에서 ‘초당파적’이라는 말이 세 번이나 나왔지만 이날 국정연설이 초당파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쿠바에 5년간 수감됐다 작년 말 극적으로 풀려난 앨런 그로스를 언급할 때 등 여야가 대립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리더십보다는 정치에 더 관심을 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동안 박수는 총 86번이 나왔다. 중산층 단어는 7번, 경제 용어는 18번, 테러 관련 언급은 9번이 각각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