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의 불법대출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범기 부장검사)는 모뉴엘 박홍석(53) 대표와 신모(50) 부사장, 강모(43) 재무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또 모뉴엘에서 재무이사로 일하다가 화물운송 주선업체를 차린 조모(47)씨도 사기대출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대 당 가격이 8000~2만원인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200만~300만원으로 부풀려 허위 수출하고, 수출대금 채권을 판매하는 등의 수법으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의 담당자 10명에게 각종 편의를 부탁하며 거액을 뇌물로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표에게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적발된 사람은 한국무역보험공사 전 사장 등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간부급 임직원 6명, 한국수출입은행 비서실장 등 한국수출입은행 현직 간부급 직원 2명, 과장급 세무공무원 1명, 대기업 간부 1명 등 모두 10명이다.
조계륭(61·구속기소)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퇴직 후에도 정기적으로 금품을 챙기며 '로비스트' 노릇을 했다. 모뉴엘은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불법자금을 감추려고 세무공무원에게도 뇌물을 줬다.
검찰은 작년 10월 미국으로 도주한 전 무역보험공사 영업총괄부장 정모(48·기소중지)씨가 모뉴엘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방침이다. 정씨는 2009년 모뉴엘 담당 팀장으로 일하면서 박 대표와 친분을 쌓았고 2013년부터 1억18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표가 이들에게 뿌린 돈은 총 8억600만원에 달한다. 금품로비에는 500만∼1000만원짜리 기프트카드(선불카드)가 주로 쓰였다. 담뱃갑과 과자·와인·티슈 상자에 기프트카드나 5만원권 현금을 채워 건넸다. 강남 유흥주점에서 접대하면서 하룻밤에 1200만원을 쓰기도 했다.
검찰은 모뉴엘이 수출장려를 위해 도입된 무역보험 제도를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질적 심사 없이 보증한도를 계속 늘려주는 운영의 허점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국책 금융기관 일부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관계기관의 제도 개선에 협력하고 유사한 무역금융 비리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