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의 경영학] 록펠러家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6대째 ‘부와 자선’의 상징

입력 2015-01-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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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왕’ 록펠러 시한부 선고받은 55세부터 나눔의 삶…록펠러재단 등 설립에 아낌없이 투자

“인생 전반기 55년은 쫓기면서 살았다. 그러나 후반기 43년은 정말 행복하게 살았다.”

록펠러가 숨을 거두기 직전 남긴 이 한 마디에 록펠러 가문이 ‘최고의 부자’와 ‘나눔의 기업’ 두 가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록펠러 가문을 오늘의 명문가로 일으킨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55세부터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라는 문구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는 동시에 불치병을 떨쳐냈다. 6대째 ‘부’와 ‘자선’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록펠러 가문은 주는 문화를 실천한 록펠러 1세에서 태동했다.

◇33세 백만장자가 된 ‘석유왕’ 록펠러 =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불과 33세에 백만장자가 됐다. 1870년에 세운 오하이오 스탠더드 오일이 미국의 경제 부흥에 힘입어 순식간에 성장했고 이후 그의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려 43세 때는 미국 최고 부자에, 53세 때는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지금 시세로 계산한다면 록펠러 1세는 당시 현재 세계 최고 부호로 꼽히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보다 훨씬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록펠러는 55세 때 불치병인 암으로 1년 이상 살지 못할 것이란 사형선고를 받았다.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간 그는 평소에는 자세히 보지 않았던 병원 로비 액자의 글귀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글귀는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록펠러는 그 순간부터 나눔과 베풂의 삶을 살았다. “나는 살면서 그렇게도 행복한 삶이 있는지 진짜 몰랐다”는 그의 자서전의 한 구절은 그가 진정으로 주는 문화를 실천했다는 점을 증명한다.

록펠러는 오늘날 세계적 명문 대학인 시카고 대학 설립에 4억1000만 달러(현재 가치 약 100억 달러)를 기부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 공익재단인 록펠러재단과 록펠러의학연구소 설립에 본인의 재산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어 록펠러 2세와 3세가 록펠러 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석유왕’으로 시작한 록펠러 가문은 석유화학뿐 아니라 항공, 원자력,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서 두각을 나타냈다. 로렌스 록펠러는 항공업과 원자력 사업에 투신했으며 데이비드 록펠러는 체이스맨해트 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윈스럽 록펠러는 아칸소주 주지사를, 넬슨 록펠러는 부통령을 역임하는 등 록펠러 가문은 정치권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증손자 가운데서는 아칸소주 부지사를 지낸 윈스럽 록펠러 2세가 단연 눈에 띈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 각각 아칸소 주지사와 부통령을 지낸 아버지 윈스럽 록펠러와 삼촌 넬슨 록펠러의 뒤를 이어 정계에 발을 들인 재벌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검소함 그 자체였다.

그는 부지사 재임 시절 받은 연봉을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12억 달러에 이르는 그의 전체 재산 중 상당 부분을 학습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설립에 지원했다.

◇‘자선’의 상징 록펠러 가문의 이면 = 물론 록펠러 가문에 대해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존 록펠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리베이트와 뇌물공여 등 갖가지 편법으로 엄청난 부를 축재했던 행적은 지금까지 록펠러 가문을 따라다니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다.

또한 석유산업의 동맥인 철도를 장악, 미국 석유의 95%를 독점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사실 록펠러의 무자비한 기업 인수와 문어발식 회사 확장은 수많은 경쟁 정유회사들이 무너지게 된 단초가 됐다.

이 같은 멍에는 록펠러 2세가 일찌감치 자선사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록펠러 2세는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록펠러재단을 운영하며 나눔과 베풂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 역시 존재한다.

록펠러 2세는 아버지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막대한 재산을 이용해 정치, 경제, 문화계 전반에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다섯 아들 역시 아버지가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국을 좌지우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상반되는 평가 속에서도 현재 록펠러 가문은 자선·문화 사업부터 환경·기후 문제까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보다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록펠러 가문은 석유 등 화석연료 산업 투자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9월 8억6000만 달러(약 8950억원)의 자선기금을 운용하는 록펠러 가문의 록펠러재단은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운동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도덕적·경제적 차원을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록펠러 가문은 앞으로 화석연료 대신 대체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록펠러 가문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 경영진과 꾸준히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엑슨모빌의 전신은 바로 록펠러 가문의 시초인 스탠더드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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