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에 대해 공동 성명을 내고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등 12개 한국영화단체는 26일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초유의 사태다”며 지난 23일 정경진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김광희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이 이용관 위원장을 만나 ‘서병수 부산시장의 뜻’이라며 사퇴를 권고한 사안에 우려를 표했다.
당시 KNN과의 통화에서 직접적 사퇴 언급이 없었다고 부인하던 부산시는 논란이 커지자 24일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 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이라는 보도 자료를 통하여 “이용관 현집행위원장의 거취문제를 비롯한 인적 쇄신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권고를 인정한 것이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당시 수석프로그래머였으며, 부집행위원장, 공동집행위원장을 거쳤고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의 뒤를 이어 2010년 집행위원장이 된 이용관위원장은 2013년 2월 총회에서 3년 임기의 집행위원장에 연임돼 임기가 내년 2월까지이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지난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 취소를 요청한 바 있다. 부산시는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는 이유를 들었으나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하여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켜냈다.
영화단체는 “부산시는 12월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감사를 단행하였다. 우리는 이번 이용관 위원장 사퇴 권고가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긴 하나 특정 영화를 틀거나 틀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다. 정상적인 영화제라면 정치인이 작품 선정에 관여할 수 없다. 프로그래머들의 작품 선정 권한을 보장하는 것은 영화제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9년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급성장한 것은 이런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이 위원장이 사퇴를 종용 당한 것은 부산시의 보복 조치인 것이 분명해보이며 이는 단순히 이용관 위원장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결국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며 사퇴 종용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