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벌이 지방정부를 고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흔치 않은 법적 조치는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차이나퍼시픽건설그룹(CPCG)의 옌제허 설립자 겸 회장은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6개 지방정부가 인프라 프로젝트 관련 건설대금 지불을 연체해 고소했다”며 “이런 고소는 중국에서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록과 증거들이 명확하기 때문에 승소할 것을 확신한다”며 “필요하다면 최고인민법원까지 이 건을 끌고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PCG는 중국 최대 민간 건설기업으로 지난해 포브스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서 166위에 올랐다. 회사 연매출은 600억 달러(약 65조원)에 이른다. 옌 회장도 142억 달러 재산으로 지난해 후룬리서치가 꼽은 중국 부자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다.
지방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실시한 대규모 부양책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계속 돈을 빌려 빚을 갚으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 것이다. 마젠탕 중국 국가통계국장은 지난주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자리에서 지방정부 부채가 가장 큰 경제리스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감사원 격인 심계서에 따르면 지방정부 부채는 지난해 상반기 18조 위안으로, 2010년 말의 10조7000억 위안에서 급증했다.
장즈웨이 도이체방크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민간기업이 정부를 고소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며 “사실 나는 이와 유사한 경우를 떠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CPCG는 지방정부들로부터 받아야 할 금액이 총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는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윈난성 진닝현은 2년여 전 완공한 4개 인프라 프로젝트 공사대금 9500만 위안을 아직 갚지 않고 있다. 허베이성의 닝진현도 2013년 8월 끝난 공사대금 8300만 위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중량 공공금융 평가 담당 이사는 “지방정부로부터 돈을 못 받은 다른 기업도 이 소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CPCG가 승소하면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