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규제 아닌 규제가 발목 잡는다

입력 2006-11-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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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30%룰 적용, 영업점 장소 변경 요청 등

저축은행업계가 규제 아닌 규제로 인해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은 물론 시행령, 감독규정 등에서는 자유롭게 허용된 항목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지도사항이라는 명목 등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마케팅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A저축은행이 최근 영업점 설치를 위해 금감원에 승인 신청을 했는데, 이에 대해 금감원에서 영업점 신설 위치를 옮기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저축은행은 테헤란로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신설 영업점을 연다는 계획이었다. 타 저축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서울지역에 가장 많은 돈이 몰려 있는 곳에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테헤란로에 저축은행이 많이 몰려있으니 다른 장소를 물색하라는 것이 금감원의 요청 사항이었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구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 영업점을 설치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이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에서 영업점 신설 장소를 옮겨달라는 요청을 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최근 모 매체에서 경기도의 한 저축은행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골프장 마케팅을 펼친다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기사가 나온 직후 금융당국은 모든 저축은행에 대해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작업이 진행된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8월에는 ‘30%룰’이라는 여신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모든 저축은행에 적용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도입한 30%룰은 여신항목을 세부적으로 분류, 각 항목의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여신항목 세부 분류를 보면 기업대출인 ▲제조업 ▲건설업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건설업에도 포함)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운수창고업 ▲금융보험 사업서비스 ▲오락문화운동 ▲기타 공공서비스 등과, 개인대출인 ▲주택담보 ▲토지담보 ▲기타 신용 등이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기획대출(PF대출)에 지나치게 집중됨에 따라 향후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비한다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이는 사실상 저축은행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PF대출에 대한 우려에 따른 과도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금융당국은 지도지침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 PF에 대한 대손충당금적립 기준을 대폭 확대했다. 정상적인 대출에 대해서도 요주의에 해당하는 충당금을 쌓으라는 등 충당금 적립기준을 한단계씩 올리도록 했다.

당시 금감원은 지도지침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6월 결산을 앞두고 다시 지도지침을 보내, 이를 준수하지 않는 저축은행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 사실상 법적 규제를 확대한 것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이 과거에 비해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업계의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아직도 불신의 끈은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법에도 없는 규제들이 업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은 최근 정기예금의 금리를 인상했다. 이로 인해 이 저축은행 직원들은 고객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에 며칠 제대로 점심도 못먹을 것이라는 행복한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부서에 있는 직원들은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동결했음에도 불구 수신금리를 왜 올렸냐”는 금융감독당국의 전화가 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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