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칼럼] 안보우파와 시장우파

입력 2015-01-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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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회원

아베 정권의 최근 행보를 우경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가? 이념적 스펙트럼은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정도에 따라 구분된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쪽이 우파이고 개인보다 집단 내지 국가를 우선시하는 쪽이 좌파다. 좌-우 프레임 대신 진보-보수 프레임을 사용하면 이념에 대한 부정확한 서술이 되고, 이미 용어사용에서 좌파에 유리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것은 매우 파격적 사상이었다. 예를 들면 1969년 1월 정부는 서울, 부산, 대구의 쌀도매상 영업을 완전봉쇄하고 농협공판장만이 쌀소매상에게 쌀 한 가마당 5000원에 공급해 소매가격 5220원에 팔도록 명령했다. 쌀도매상들은 졸지에 가업을 잃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저항할 생각조차 못했다. 또 다른 예로 서울상대를 졸업하고 ROTC 2기로 임관해 전방에서 복무하고 있던 한 젊은 장교가 1965년 2월 부대에서 소총으로 자살했다고 통보받았다.

서울의 중산층이던 그의 가족은 진상조사조차 요구할 생각을 못했다. 개인의 자유나 권리보다 정부 우위, 관 우위의 생각은 우리 민족 4400년 역사에서 항상 지속되었으며 뼈 속 깊이 뿌리내려 왔다. 이런 우리 사회에서 집단이나 국가보다도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우파야말로 가장 혁신적이고 진보적이다.

그러므로 진보라는 용어는 오히려 우파에게 어울린다. 보수주의는 미국에서 건국 초기부터 우선시되어 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유지ㆍ보전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우선시된 적이 매우 적기 때문에 보수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될 수 없다.

안보로 대표되는 정치체제와 시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체제의 두 차원에서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정도에 따라 좌우를 나눌 수 있다. 정치체제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우(右)이며 인민민주주의가 좌(左)다. 경제체제에서는 자유시장경제가 우이고 계획경제가 좌다. 정치를 종축으로 경제를 횡축으로 하고, 정치축의 맨 위에 자유민주주의를 맨 아래에 인민민주주의를 놓고, 경제축의 맨 오른쪽에 자유시장경제를 맨 왼쪽에 계획경제를 놓으면 네 개의 분면을 갖는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이면서 자유시장경제이므로 일사분면의 맨 위 오른쪽에 위치하지만 북한은 인민민주주의면서 계획경제이므로 삼사분면의 맨 아래 왼쪽에 위치한다. 정치적 우와 경제적 우 그리고 정치적 좌와 경제적 좌가 반드시 같이 가는 것은 아니다. 피노체트 독재정권 때의 칠레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가 박탈되었지만 경제활동에 있어서는 꽤 자유가 있어서 사사분면에 위치한다.

유신 전 박정희 정권은 정치적·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자유로워 일사분면에 위치하나 유신 후부터 전두환 정권까지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가 매우 위축되어 사사분면에 위치한다. 박근혜 정권은 정치적으로 자유롭지만 골목상권보호, 동반성장 등의 경제민주화와 무상복지정책으로 인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제약되어 이사분면에 위치한다.

이러한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것은 국민들의 대다수가 이사분면에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에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시장우파’는 우리나라에서 극히 소수이며 대부분의 우파는 정치체제로서의 인민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안보우파’다.

즉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북한에 반대하는 ‘안보우파’이면서 시장보다는 정부의 각종 보조금이나 퍼주기 식의 온정적 정책(paternalistic policies)에 기대는 ‘시장좌파’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시하는 안보우파이면서 동시에 시장우파다. 이사분면에 위치한 우리나라를 일사분면으로 이동시켜야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국가사회주의나 일본의 군국주의는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가 우선시되는 전체주의이기 때문에 좌파로 분류되어야 하며, 최근 아베 정권의 행태는 우경화가 아니라 좌경화 내지 군국주의화로 표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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