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성패] 가계빚 족쇄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입력 2015-01-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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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30만명 채무 감면 재활 기회 ‘긍정론’채무조정 받은 셋중 1명 상환능력 없어 ‘무용론’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 선이 무너졌다. 이 때문에 사상 최대 증가폭을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수차례 지적돼 왔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다. 지난 2008년 이후 연평균 8.7%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경우 금융자산의 질 저하로 금융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가계부채 증가율을 조절하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나이스평가정보는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체율이 1.06%에서 1.55%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3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국민행복기금을 출범시켰다. 출범 2년을 앞둔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저소득층 채무자 30만명의 빚을 감면해줌으로써 자활 기회를 부여했다는 평가와 다중채무자의 대출액이 더 늘어나 국민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맞선다.

국민행복기금은 금융회사 대출이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 연체한 채무자에게 최대 70%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지난 2년간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조정 외에 바꿔드림론과 소액신용대출 사업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대부업체와 캐피털사에서 빌린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연 10%대 시중은행 대출로 전환해 주는 바꿔드림론 수혜자만 5만명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졌을까. 우려스럽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악성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328만명에 달하고 그중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채무자가 51%에 이르고 있다.

다중채무자 전체 채무액은 2010년 말 282조원에서 지난해 2분기 말 317조원으로 증가했다. 1인당 채무액도 2010년 말 8870만원에서 지난해 말 기점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제2금융권 중에서도 이자가 높은 대부업체 채무가 7조7000억원, 상호금융사가 83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대부업체 최고 금리가 34.9%로 대부분 30%를 넘는 초고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50만명의 국민이 살인적인 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전혀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행복기금 출범 이후 수혜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중도 탈락 인원도 급증하고 있다. 예컨대 1인당 평균 채무원금은 1000만원으로 50%를 감면받아 500만원을 10년간 상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채무자가 한 달에 갚아야 할 돈은 4만원이다. 저소득층에게는 이마저도 버거운 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민행복기금 약정 체결자 가운데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이 무려 10만명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약탈적 채권추심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여기서 출발한다.

출발부터 실효성이 논란이 뜨거웠던 국민행복기금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과 함께 나라에서 무분별하게 빚을 갚아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뜨거웠다. 국민행복기금 혜택을 받게 되는 30만명이라는 의미는 단지 숫자일 뿐, 실제 몇 명이나 혜택을 보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같은 논란을 뒤로하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또 다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다중채무자로 불리는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질적 악화는 당면 과제다. 이미 여러 차례 연체한 이들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권 금융기관은 없다. 결국 생활자금이 급한 이들이 다시금 고금리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중 국민행복기금 중도 탈락자가 있다면 그동안 감면받은 원금과 연체 이자를 전부 다시 토해내야 한다. 이것이 국민행복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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