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것을 생각해낼 수 있었니?”
얼핏 보면 평범한 한 초등학교 교실 풍경과 다름없지만, 교사와 학생간의 대화는 예사롭지 않다. 오히려 교사가 학생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더 많다. 정형적인 모범 답안이 있지만, 학생들은 발상의 전환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물을 도출해 교사가 갸우뚱하게 만든다.
27일 3~5학년 영재반 학생들 20여명이 소프트웨어(SW) 수업을 받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덕이초등학교. 이 학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시범학교로 2006년 MIT 미디어랩이 개발한 ‘스크래치’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들이 SW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SW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덕이초 장준형(45) 교사는 “어른들 10명을 가르치면 모두 똑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반면 아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발상과 창의력으로 10개의 다른, 예상치 못한 답을 내온다”고 말했다.
수업 내용은 피노키오가 고래에게 잡혀 뱃속에서 제페토 할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을 설정하는 것이다. 우유곽으로 고래를 만들고 그 안에 센서를 장착해 뚜껑이 열리면 빛의 세기를 감지해 바닷 속 전체가 보이고, 뚜껑을 닫으면 밝기가 0가 되면서 고래 뱃속이 보이는 원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시나리오 대로 프로그램을 짠 학생은 거의 없다. 오히려 “고래는 이미 피노키오와 할아버지를 삼킨 후 소화가 다 됐다”며 뱃속을 여백으로 남겨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피노키오가 아닌 ‘어미 게와 새끼 게’를 통해 모자의 상봉을 연상시키는 등 각양각색이다.
‘상상ㆍ재미ㆍ공유’등 3가지를 캐치프레이즈로 설정한 스크래치는 레고의 로봇세트인 마인트스톰의 원리를 적용해 ‘코딩을 하나하나 쌓아간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학생들은 스크래치를 통해 코딩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능력을 개발하게 된다. 좀 더 뛰어난 학생이 다른 친구에게 가르쳐주며 윈윈 효과를 이뤄내는 것은 물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도출해 낸 학생은 발표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뽐내기도 한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지난해 미래부가 운영한 SW 교육 시범학교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교육을 받은 학생들 70% 이상이 수업내용에 대해 만족했다”며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만들고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했으면 한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미래부는 지난해 7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전략’을 발표하며 초등학교 SW 교육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지난해 72개 선도학교에서 SW 교육을 선도했으며, 올해는 160개교 이상으로 늘리고 지난해 2회에 걸쳐 실시된 SW창의캠프는 올해 10차례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