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영화인들의 눈을 사로잡을 두개의 영화제가 펼쳐진다.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Academy Awards)와 베니스ㆍ칸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바로 그것이다.
오는 2월 2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아카데미상은 올해로 87회를 맞는다.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지난 12일 진행됐는데 ‘보이후드’의 작품상을 비롯한 3관왕 달성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주요 부문을 수상할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보이후드’는 아카데미상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골든글로브에서 마이클 키튼의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등 2관왕의 영예를 안은 ‘버드맨’과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이번 아카데미상에서 각각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최다 후보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이미테이션 게임’이 8개 부문으로 뒤를 이었고,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6개 부문으로 ‘보이후드’와 동률을 이뤘다. ‘버드맨’은 작품상과 감독상 외에 남녀주연상과 남녀조연상 등 연기 부문에 강세를 보였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제작 전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다.
작품상 후보로는 ‘버드맨’과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보이후드’ ‘위플레쉬’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이미테이션 게임’ ‘아메리칸 스나이퍼’ ‘셀마’ 등 총 8개 작품이 선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아카데미상에서 골든글로브에서 3관왕을 차지한 ‘보이후드’와 2관왕 ‘버드맨’의 접전을 예상하고 있다. ‘보이후드’는 골든글로브 외에도 현재까지 영화 전문 사이트인 IMDb에 기록된 수상만 총 88개에 달한다. ‘버드맨’ 역시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 뉴욕영화제 폐막작 선정을 시작으로 워싱턴,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의 각종 비평가협회상, 고담 영화제 수상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여기에 ‘버드맨’의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저지한 웨스 엔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셀마’ ‘폭스캐쳐’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또한 막강한 경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이번 아카데미상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흑인 배우와 감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흑인 여성감독 에바 두버네이가 만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셀마’가 작품상, 주제가상 부문만 후보로 올랐을 뿐이다. 여기에 감독상, 각본상 등에 여성 후보가 없는 점도 성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여배우 줄리 델피는 “아카데미상은 부패했다. 아카데미 회원 90%는 백인 남성 노인이며 뇌물에 의해 상이 결정된다”고 비판했다.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인 베를린영화제는 오는 2월 5일부터 10일간 열린다. 베니스ㆍ칸 등 3대 영화제 중 가장 먼저 열리는 베를린 영화제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스페인 출신 여성 감독 이자벨 코이젯트의 ‘노바디 원츠 더 나이트’를 비롯해 총 19편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영화는 2년 연속 경쟁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1000만 영화 ‘국제시장’이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을뿐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영국 탐미주의 영화의 거장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에이젠슈타인 인 과나후아토’, 파트리시오 구스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더 펄 버튼’,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퀸 오브 더 데저트’, 테렌스 멜릭 감독의 ‘나이트 오브 컵스’등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