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A편의점이 실시한 지난달(1월 1~29일) 담배 제조사별 점유율(매출기준) 조사결과에 따르면 KT&G는 43.2%로 곤두박질쳤다.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저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는 각각 24.4%, 23.4%, 9.0%를 차지했다. 점유율 신장률은 BAT가 가장 높았다.
판매량 기준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판매수량 기준 KT&G의 점유율은 38.3%, 외국산은 61.7%였다. 필립모리스, BAT, JTI의 비중은 각각 21.1%, 29.8%, 10.8%였다.
점유율 역전의 단초를 제공한 건 ‘가격’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BAT코리아는 1월 15일부터 ‘보그 시리즈’를 갑당 3500원에 내놨다. KT&G의 주력 제품인 에쎄 보다 1000원 싸다. 갑작스런 담뱃값 부담에 애연가들이 싼 담배에 몰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BAT는 오는 4일 부터 보그 등을 현저히 싸게 팔아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인 후 다시 430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어서 ‘꼼수 마케팅’이란 지적을 들었다.
필립모리스도 주력 제품인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값을 지난달 1일 27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렸다가 지난 19일 부터 4500원으로 낮췄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2011년 BAT코리아가 원가부담 등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담뱃세와 무관하게 담배가격을 갑당 200원 인상한 후 역풍을 맞았던 때와 비슷하다. 레종과 에쎄 등 국산 담배 보다 200원 밖에 비싸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값이 오른 던힐 등을 외면했고 BAT코리아의 점유율은 급락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담뱃세 인상에 따른 외국계 업체의 저가 공세에 KT&G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KT&G 관계자는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가격인하 등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