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논란 분노 배경엔 ‘정부 불신’

입력 2015-02-02 08:57 수정 2015-02-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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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대란과 건강보험료 개편 추진 철회 논란 등 잇따른 논란 확산의 배경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을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는 불신이 강한 조세저항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홈페이지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률은 10%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칠레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다. OECD 국가 평균인 21%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1인당 세금은 OECD 회원국 중 증가율이 4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1인당 세금은 2013년 기준 6314달러로 2008년 5051달러에서 5년 만에 25% 증가했다.

각종 행복도 조사에서 1~2위를 달리는 덴마크의 조세부담률은 한국의 2배가 넘는 48.6%로 세계 1위다. 북유럽 국가의 국민이 50~70%에 이르는 세금과 연금을 국가에 맡기면서도 불만을 덜 수 있는 것은 국가가 나의 노후와 위험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며 “자신의 임기 동안 증세는 없을 것”이며 특히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자 법인세 증세는 거절했다.

세제개편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임 중 법인세 인상은 없다”고 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재확인했다.

현재 여론은 이미 정부가 증세하고 있다고 보고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 따르면 80%의 여론이 ‘현 정부가 증세하고 있다’고 봤고 65%의 응답자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증세는 남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신뢰”라면서 “행정부가 국민에게 충분히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저항이 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영 민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회적인 증세보다는 필요한 세수와 정책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가 없는 복지는 없다’는 것을 확실해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증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증세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의 공평한 부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고소득계층과 대기업부터 서서히 증세해 국민 전체를 증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긴급 소집된 정책조정강화 관련 회의에서 최근 연말정산 사태와 건강보험료 개선 백지화 등으로 불거진 정부의 정책조율기능 미흡 지적에 대해 사과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소집된 정책조정강화 관련 회의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에 정부가 몇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당을 포함한 당·정·청 간 사전협의를 더욱 긴밀하게 해 나가야 하며 국민 의견도 사전에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께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정책의 완성도와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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