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에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18ㆍ세화여고)와 혜성처럼 나타난 기대주 최민정(17ㆍ서현고)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박승희(23ㆍ화성시청)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는 단연 심석희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판도 변화가 일어났다. 서울 목동링크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마지막 날 여자 1500m 경기에서 특급 신예 최민정이 감기몸살로 결장한 심석희를 대신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민정은 이날 경기 막판까지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순식간에 앞선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열린 여자 3000m 우승에 이어 이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자 2차 대회부터 3회 연속 개인 종목 금메달이었다.
최민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심)석희 언니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세계랭킹 1위다. 언니와 같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라며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정의 성장 속도는 눈이 부실 정도다. 지난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최민정은 월드컵 1차 대회 3000m 계주 금메달에 힘을 보탰고, 2차 대회 1500m와 3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3차 대회 여자 1000m와 3000m 계주에서도 2관왕에 오른 최민정은 이젠 심석희의 여제 자리마저 위협할 기대주로 떠올랐다.
심석희는 지난해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 막판 스퍼트로 역전 우승을 일군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다. 그러나 심석희는 최근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월드컵 2차 대회까지 12회 연속 월드컵 금메달을 획득한 심석희는 월드컵 3차 대회 1000m와 15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놓쳤고, 4차 대회 1000m에선 아예 메달권 밖으로 벗어났다. 또 1500m와 3000m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경기를 포기했다.
이제 심석희와 최민정은 부정할 수 없는 라이벌이 됐다. 두 선수에겐 나쁘지 않다. ‘빙속여제’ 이상화(26)와 남자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7ㆍ대한항공)에게는 서로를 이끌어줄 국내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키려는 심석희와 빼앗으려는 최민정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이끌고 있다. 두 선수의 목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다. 3년 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여왕은 누구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