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을 소재로 한 드라마 봇물, 왜? [배국남의 대중문화 읽기]

입력 2015-02-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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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BS 2TV, tvN)

“정신질환이 감기와 다를 바 없는데 우리는 그걸 약점으로 삼는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방송돼 높은 인기와 화제가 됐던 조인성 공효진 주연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노희경 작가가 제작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낯설게 다가온 드라마‘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분열증, 특정 공포증, 트렛증후군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인물들을 전면으로 내세워 신선한 충격을 줬을 뿐만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과 편견을 개선하는데 일조했다. 이때만 해도 정신질환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는 생소했다.

하지만 올 들어 마음의 병을 소재로 멘탈의 문제와 힐링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속속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40대 전라도 아저씨 페리박, IQ 175 천재 안요섭, 17세 불량소녀 안요나 등 7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 ID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차도현(지성)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오리진(황정음)을 주인공으로 한 MBC 수목 미니시리즈‘킬미 힐미’는 어린 시절 끔찍한 상처로 발병한 다중인격장애 즉 해리성주체장애(DID: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를 캐릭터와 사건 그리고 갈등의 중심에 두고 있다.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는 주목을 받아야 살지만 환자만 보면 울렁증을 일으키는 환자 공포증 정신과 의사(천정명)와 주목 받으면 죽는 대인 기피성 안면홍조증을 일으키는 여자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또한 SBS 수목미니시리즈 ‘하이드 지킬, 나’는 정신병으로 인해 잘나가는 까칠한 재벌3세와 부드러운 매력의 소유자라는 이중적 자아가 존재하는 남자(현빈)와 서커스 단장인 여성(한지민)이 만나 벌이는 사랑을 담았다.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트 투 하트’이윤정PD가“정신병을 다루는 드라마들이 줄줄이 나온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로 이제 안방극장에선 정신병은 스릴러 같은 특정 장르에만 나오는 것이 아닌 멜로, 홈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정신질환을 가진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는 것은 물질과 정신의 부조화, 급변하는 사회의 부적응, 경기침체와 양극화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증가라는 환경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세월호 대참사와 끔찍한 살인사건 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에게 불안감과 트라우마를 남기는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정신병을 다루는 드라마의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위해 육체적 고통과 함께 정신적 질환에도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멘탈의 문제와 힐링을 주제로 한 드라마 제작 붐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다. 물론 정신질환의 주인공을 통해 특정 인물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갈등을 여러 측면에서 전개할 수 있는 드라마적 이점도 정신병을 다루는 드라마의 증가를 가져왔다.

‘하이드 지킬, 나’ 의 조영광 PD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 정신적 문제는 흔히 있는 일이고 다중인격을 가진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해 나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색다르고 의미가 있지 않을까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괜찮아, 사랑이야’‘하트 투 하트’를 제작한 CJ E&M의 박지영 드라마제작국장 역시 “드라마는 갈등의 미학이고 그 갈등을 표출하는 방식중의 하나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체적인 정신질환으로 상처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월2일자 농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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