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전된 삼성과 퀄컴의 헤게모니… 독자 기술의 필요성

입력 2015-02-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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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성 산업부 기자

퀄컴이 발열 이슈가 불거진 자사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10’ 홍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퀄컴은 지난달 29일 반도체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60여개가 넘는 제품에 스냅드래곤 810이 탑재돼 개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추가 보도자료를 배포, 고객사인 LG전자의 MC사업본부 상무의 말을 인용해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는 진보된 기능들과 압도적인 멀티미디어 성능을 갖춰 소비자들에게 가장 진화된 모바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면서 스냅드래곤 810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밖에도 샤오미, 모토로라, 소니, 오포, 마이크로소프트 담당자들의 인용 멘트도 대거 사용됐다.

퀄컴이 공식 입장을 통해 진화에 나선 것은 최근 불거진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 이슈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 이슈로 다른 AP 탑재를 고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 전체 물량 80~90%에 자사 AP ‘엑시노스’를 탑재하고 나머지 물량에 퀄컴 스냅드래곤 810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모바일 AP 시장의 52.9%(2014년 기준)를 잠식하고 있는 콧대 높은 퀄컴이 성명을 발표하고, 삼성에 개선된 버전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등의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삼성과 퀄컴의 AP 헤게모니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삼성이 자체 AP 엑시노스를 개발하고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에 퀄컴의 위기감이 커진 것. 삼성이 만약 AP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퀄컴의 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터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디지털 산업은 아날로그 산업 때와 달리 모든 부품을 개발할 필요가 없지만, 기반 기술의 개발을 소홀히한다면 제품 전략이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LG전자가 독자 AP인 ‘뉴클론’을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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