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토리노에서 소치까지 8년간의 기록 [오상민의 스포츠 인물사]

입력 2015-02-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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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토리노동계올림픽부터 2014 소치동계올림픽까지 안현수가 8년간 남긴 기록은 찬란하지만 스픈 역사다. (뉴시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8년은 한국 빙상 역사에 슬픈 역사로 남아 있다. 곪아터진 내부 부조리가 세간에 추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안타까운 역사엔 안현수, 아니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이 깊게 패여 있다.

2006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는 제20회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었다. 당시 스물한 살 청년 안현수는 진선유(27)와 함께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새 황제로 등극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사상 첫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현수의 질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림픽 이후 국제빙상연맹(ISU) 네 차례의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전부 개인전 금메달을 휩쓸었고, 이듬해인 2007년는 세계선수권과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3차 대회를 제외한 전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더 이상 안현수의 상대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의 모습은 우리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갔다. 부상과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 등 악제가 겹치면서 슬럼프에 빠져들었고, 국가대표 팀간 파벌 싸움에 휩싸이면서 그의 이름 석자는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빠진 자리는 이정수(26)가 지켰다. 그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1500m 금메달에 이어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안현수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쇼트트랙 강국 한국의 명성은 영원할 것 같았다.

국내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이름 안현수가 다시 국내 팬들 앞에 선 것은 201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2013~2014 월드컵 2차 대회에서다. 그러나 그의 가슴엔 태극기 대신 러시아기가 선명했다. 그의 이름은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었다. 그는 남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건재감을 입증했다.

그리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빅토르 안의 승리에 대한 열망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강렬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며 두 번째 조국 러시아에 세 개의 금메달을 안겼다. 8년 만의 3관왕 재현이다.

빅토르 안의 금메달은 비록 러시아의 몫이었지만 국내 팬들은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분노를 느꼈다. 빅토르 안이 세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동안 한국 남자 대표팀은 단 하나의 메달도 건지지 못했다.

팬들의 분노는 대한빙상연맹으로 향했다. 빅토르 안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고도 태극마크를 달 수 없었던 사연과 빙상연맹의 부조리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끌었다. 결국 당시 파벌 논란과 관련해 전명규 당시 빙상연맹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는 등 빅토르 안 후폭풍이 이어졌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안현수는 여전히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하며 3년 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2006년 토리노에서 2014년 소치까지, 안현수에서 빅토르 안이 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빙상, 아니 한국 스포츠사는 참으로 많은 사연을 들어냈다. 찬란했던 기록은 오직 실력으로 모든 것을 입증한 빅토르 안에 의해 곪아터진 역사로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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