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골프 활성화일까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2-05 07:46 수정 2015-02-0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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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발언으로 골프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이어 언급된 활성화 정책은 공직자나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발언이 연일 화제다. 오랜 불황으로 웃음을 잃어가던 골프업계가 모처럼 술렁였다. 공직자들의 골프금지령 폐지만으로도 얼어붙은 시장에 훈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듯하다.

국내 골프산업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38ㆍKDB산은금융)에 이어 박인비(27ㆍKB금융그룹)의 그랜드슬램 도전과 세계랭킹 1위 소식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 외에도 한국엔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한국만큼 단기간 장족의 발전을 이룬 나라는 없다. 숱한 시련 속에서도 국내 골프산업은 꾸준히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지금 골프계가 많이 아프다. 전국에는 500개가 넘는 골프장이 골퍼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과열 경쟁과 입회금 반환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골프장만이 아니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스크린골프도 한계에 봉착한지 오래다. 골프용품과 의류, 액세서리도 예전 같지 않은 불경기에 한숨을 몰아쉰다.

반면 프레지던츠컵 국내 개최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골프 정식종목 채택은 꺼져가던 국내 골프업계에 희망 불씨처럼 피어났다. 특히 프레지던츠컵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대회인데다 아시아에선 한국이 처음으로 개최한다. 거기에 박 대통령의 명예 의장직 수락은 프레지던츠컵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정부는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발언으로 골프장의 세금 혜택을 검토하는 등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활성화일까.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한마디는 골프 금지령 폐지에 골프장 세금 혜택이라는 파격적인 안건이 쏟아졌지만 공직자와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활성화 방안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마디로 난센스 같은 활성화 정책이다. 거기에는 골프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자리한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모집 혜택을 받는 대신 재산제 등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최근에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실적 부진으로 중과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시기상조다.

그보다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골프장 문턱은 여전히 높다. 회원이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외에는 철저하게 이용이 제한된다. 골프장 품위를 손상한다는 이유에서다.

골프장 500개 시대에 20조원 시장규모의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골프강국 한국의 차가운 이면이다. 결국 골프를 즐기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의 눈에 비친 골프는 산업이 아닌 일부 고위층이 즐기는 사치성 스포츠에 불과하다.

바로 이것이 국내 골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골프장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캐디선택제를 늘려 이용 부담을 줄이고, 지역 주민에게 골프장 코스를 개방하면서 골프 이외의 수익 구조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페어웨이에선 웨딩촬영이 한창이고, 클럽하우스에선 생일파티와 환갑잔치가 열린다. 야간에는 특별한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몰려든다. 이런 골프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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