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준우승 이끈 슈틸리케, 강조한 키워드는 '겸손'과 '기본'…"만족해선 안된다. 시작에 불과해"

입력 2015-02-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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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 '아시안컵'

▲한국대표팀을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이끈 울리 슈틸리케 감독(사진=뉴시스)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결산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후부터 최근 준우승으로 막을 내린 아시안컵 결산에 이르기까지 대표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한국 축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적지 않은 시간에 걸쳐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밝혔고 어느 정도 구체적인 목표도 언급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이야기를 폭넓게 나눴고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간담회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을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면 '겸손'과 '기본'으로 나눌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던 시점은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았던 시기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전임 홍명보 감독이 자진사퇴하며 감독직이 공석이 됐고 대한축구협회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비롯한 몇몇 차기 감독 후보군을 설정했다. 슈틸리케는 사실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몇 번의 평가전 이후 치른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리는 없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단기간에 팀을 바꿔놓으며 한국을 대회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다시 높아졌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준우승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분명 기대 이상의 성적과 경기력이었지만 또 다른 목표를 언급하는 한편 자신감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정협의 발굴에 대해서도 "이정협의 최고 모습을 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며 "기술적으로 더 많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시작도 좋았고 점점 발전해갔다"고 언급하며 "박주영 대신 선발한 이유를 보여줬다. 좀 더 직선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어 택했고 호주전에서 80% 이상의 헤딩을 따냈다"는 말로 칭찬과 보완해야 할 점을 동시에 제시했다. 상주 상무 소속인 탓에 '군데델라'라는 애칭까지 얻은 이정협이지만 아시안컵 결과에 도취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셈이다.

아시안컵 준우승에 대한 찬사에 대해서도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으로 내가 다른 지도자보다 뛰어난 지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슈틸리케는 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는 시간에 전력을 기울여 사람들의 마인드 변화를 끌어내고 싶다"며 "외국인 지도자가 많기를 원하는 것은 않지만 해외 경험이 많은 국내 지도자가 있었으면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내가 주목을 받는 게 우리 팀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경계한다"며 "선수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분명한 소신을 나타냈다.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결과가 결코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겸손함과 함께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는데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겸손'과 함께 이번 간담회를 통해 슈틸리케의 발언에서 느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방향은 '기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와의 결승전 실점 장면을 복기하며 "곽태휘가 김진현에게 준 공을 김진현이 찼는데 밖으로 나갔다. 기성용의 수비 가담이 늦은 것도 있지만 전술적인 부분을 논하기 전에 곽태휘가 김진현에게 공을 주기 이전 이미 실수로 두 번이나 공을 빼앗긴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점 상황에서 단적인 상황만 본 것이 아니라 실점을 야기한 큰 그림을 보면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은 것. 결국 그 이전 스로인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공을 잃은 것을 지적한 셈이다.

크로스의 정확성도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온 때 문전 쇄도 선수의 머리에 정확히 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원에서 양쪽 측면으로 플레이를 벌릴 때 40∼50m짜리 롱패스도 침투하는 선수의 발로 이어질 정도로 정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슈틸리케 감독이 내놓은 해결책은 바로 연습이다. "선수들이 매일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한 것이다.

독일 유스시스템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축구의 상황이 한국의 현실과는 다르다"고 전제하며 "독일은 당시 유소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고 현금이란 현금은 모두 유소년에 투자할 정도로 과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돈이 있어도 하루아침에 축구 강국이 될 수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6년, 8년, 10년의 시간을 거쳐 지금과 같은 독일 축구가 탄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인내심', '뚜렷한 계획', '자금력' 등을 축구 발전의 필수 요소로 꼽았다. 단기간에 실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거창한 계획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소를 강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취임 당시 텔레비전에서 중계되는 그저그런 축구가 아니라 국민 마음에 와닿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와닿는 축구를 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간담회를 마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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