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진단 시장의 진화]38원짜리 키트로 췌장암 찾아낸 ‘15세 소년의 집념’

입력 2015-02-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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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안드라카, 4000번 시도 끝에 발병 단백질 발견… 진단비 2만6000분의1로 줄여

#2012년 정식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미국의 한 10대 소년이 혈액이나 소변을 통해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간단한 종이 센서를 개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다. 또 미국의 30대 여성 과학자는 혈액 한 방울로 최소 30가지의 질환을 검사할 있는 혈액검사 키트를 개발해 수조원대의 부를 거머쥐게 됐다.

▲잭 안드라카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비싸지 않고 간단하며, 빠르고 선택적인 진단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진단키트를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집요함과 끈질김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다 = 1997년생인 미국인 소년 잭 안드라카(Jack Andracka)는 13살 때 삼촌처럼 친하게 지내던 아버지 친구가 췌장암으로 사망하자 췌장암 조기 진단 기술개발에 착수한다. 의학서적을 읽기 어려운 어린 나이지만 그는 인터넷을 뒤지며 직접 췌장암에 대한 공부를 한다. 당시 췌장암을 진단하는 데 800달러라는 거금이 들고, 정확도도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새로운 조기 진단 방법을 찾기 위해 혼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구글과 위키피디아를 통해 췌장암에 걸렸을 때 혈액에서 발견되는 8000개 이상의 단백질 종류를 파악하고, 췌장암 발병과 관련 있는 단백질 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4000번의 시도 끝에 해당 단백질을 발견했고, 결국 췌장암의 바이오마커(Biomarker)인 메소텔린(Mesothelin) 검출 방법을 발명했다. 이후 당뇨병 테스트지를 기반으로 하는 췌장암 초기 진단이 가능한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췌장암 진단키트인 ‘옴 미터’가 바로 그것으로, 이를 사용하면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기존 진단 비용의 2만6000분의 1에 불과한 단돈 3.5센트의 비용으로 췌장암을 진단할 수 있다. 안드라카는 이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 2012년 15살에 인텔 국제과학경진대회에서 최고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 바이오 메디컬 회사인 테라노스(Theranos)의 대표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는 1984년생이다. 그녀는 지난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호 순위에서 자산 45억 달러로 전체 110위를 기록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홈즈가 이끌고 있는 테라노스는 혈액 한 방울로 최소 30가지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 개발에 성공했다.

홈즈는 2003년 대학 신입생 시절 싱가포르 유전자 연구소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혈액검사를 할 때 긴 주사바늘을 사용해야 하는 기존의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혈액을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데 10년간 몰두했다.

그 결과 테라노스는 성인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1.29cm 혈액통에 단 한 방울의 혈액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기존의 방식처럼 주사기를 통해 대량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전자침으로 한 번 찌르기만 하면 검사가 가능하다. 특히 간호사의 도움 없이 이용자 스스로 검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사 시간도 짧으며, 비용도 기존 대비 10%에 불과한 것이 장점이다.

홈즈는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룬 것, 우리가 이뤄 온 것들이 세상을 바꿨다”면서 “나는 아직 어리다”고 스스로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자신감을 표했다.

▲홈즈 CEO는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룬 것, 우리가 이뤄 온 것들이 세상을 바꿨다”면서 “나는 아직 어리다”고 스스로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자신감을 표했다.

◇영국·일본, 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기술 개발 = 지난해 영국에서는 종류에 관계 없이 암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법이 개발됐다. 영국 브래드포드대학 생명과학대학의 다이애나 앤더슨 박사가 개발한 이 혈액검사법은 혈액 속 백혈구를 자외선에 노출해 DNA가 파괴되는 정도를 보고, 암의 유무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앤더슨 박사는 지금까지 대장암과 폐암 그리고 흑색종 피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들 암환자의 백혈구 속 DNA가 자외선에 노출됐을 때 정상인의 DNA에 비해 손쉽게 파괴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일본도 혈액으로 다양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한 번의 채혈로 13종의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검사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에 따르면 진단 대상 암은 일본인이 많이 걸리는 위암·식도암·폐암·간암·담도암·췌장암·대장암·난소암·전립선암·방광암·유방암·육종·신경교종 등 13종이다. 암환자별로 5000명씩 총 6만5000명분의 혈액을 해석하고 관련된 마이크로RNA를 밝힘으로써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쌓겠다는 게 연구팀의 아이디어다.

새 검사법은 혈액 채취에서 결과까지 1시간이 소요되며, 검사 비용은 2만 엔(약 19만원)으로 예상된다. 일반적 암 검진과 비교할 때 채혈만 하므로 비용이 무려 6분의 1정도로 저렴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 혈액 검사법을 오는 2018년까지 건강검진에서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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