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KAL)이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 나서면서 미국 록히드마틴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경쟁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일 유로파이터 제작사인 에어버스D&S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구두 합의를 했다고 5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에 입찰제안서를 넣는 9일 전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에어버스D&S가 KF-X 개발 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차기전투기(F-X) 사업자인 록히드마틴과 협력관계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경합이 불가피하게 됐다.
개발비용만 8조6000여억원이 투입되는 KF-X 사업은 공군의 노후전투기인 F-4, F-5의 도태에 따른 전력 보충과 미래 전장운영 개념에 맞는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대한항공과 KAI가 9일까지 각각 KF-X 사업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면 제안서 평가를 통해 다음 달 중 우선협상대상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우선협상대상업체 선정 이후에는 2~3개월 동안의 협상을 거쳐 6~7월 중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F-X 체계개발 업체를 최종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입찰제안서에는 KF-X 사업계획과 함께 기술협력업체(TAC)로부터 받는 기술이전과 투자분이 포함돼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국산 고등훈련기 T-50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KAI가 유리하지만 투자여력 측면에선 기업 규모가 큰 대한항공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KAI는 T-50과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한 경험이 있으며 제조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 하성용 KAI 사장은 지난달 말 경남 사천 본사에서 2025년부터 전력화가 예정된 KF-X 개발 사업과 관련, “개발 시한을 맞출 것이고, 비용도 맞출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KAI는 KF-X 사업에 대비해 현재 1400여명인 연구 인력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면서 KAI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통제를 받는 록히드마틴에 비해 유럽업체인 에어버스D&S는 상대적으로 핵심기술 이전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한항공은 또 1976년부터 500MD 헬기를 시작으로 제공호와 UH60 헬기, 무인항공기 등을 제작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