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채용 갑질'로 14% 이탈… 고개 숙인 박은상 대표

입력 2015-02-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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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사태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미워서 떠난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구요. 사랑받는 회사, 정말 필요한 회사가 된다면 떠난 고객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때까지 직원 한분 한분 만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미 60명이 넘는 직원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오랜시간 들었습니다.”

최근 '채용 갑질'로 곤욕을 치른 위메프의 박은상 대표가 5일 기자회견을 끝내고 거의 탈진한 모습으로 백브리핑 자리에서 비공식적으로 한 말입니다.

박은상 대표는 기자회견 내내 지난해 12월 회사 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채용 갑질’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박은상 대표는 가장 먼저 채용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수습 직원 11명에 대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박은상 대표는 반성문에 가까운 자필로 쓴 사과문을 읽으며 “영업직 채용 과정의 절차와 소통에서 더 꼼꼼히 챙기지 못했고, 부적절한 표현의 사과문까지 나가면서 입사 지원자분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위메프는 임직원이 1000명이 넘는 조직으로 빠르게 성장해 꼼꼼히 챙기지 못했습니다”라며 “현장 곳곳의 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로부터 8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실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다음 채용 때 적용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됐던 수습사원 11명을 일일이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전원 합격처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1명은 끝내 입사하지 않았지만, 이쯤 되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박은상 대표는 이번 사태로 ‘갑질 기업’이 돼 버린 것에 대해 직원들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위메프 사원증을 목에 걸고 지하철을 탄 직원이 눈치를 보고 사원증을 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원뿐 아니라 직원 가족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입니다”라며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박 대표는 마음먹고 진정성을 보이려 했던 것 같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쏟아진 기자들의 날선 질문들을 조금도 피하지 않았습니다. 애두르지도 않았고 두루뭉술하게 답한 적도 없었습니다.

예를들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올린 사과문에 적절치 않은 말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 “정말 철없는 생각이었다”며 다소 정제되지 않은, 그래서 더 호소력 있는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거의 모든 답변 뒤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번 갑질 채용 사태가 최근 위메프의 매출 하락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도 인정했습니다. 실제 온라인 트래픽 통계를 보면, 지난달 19일 기준(13~18일) 위메프에 1회 이상 접속한 사람 수(순방문자수)는 535만명으로 한달 전 같은 기간보다 14% 급락했습니다.

위메프의 이번 채용 갑질 논란은 사실 터질 게 터진 것입니다. 사건 이후 대처가 미흡했던 건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운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마녀사냥도 아닙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박 대표를 비롯한 위메프가 이번 사건을 잘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털고 노동과 기업문화 측면에서 혁신을 일으켜 잘나가는 기업이 아닌,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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