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영의 서울 숨은그림찾기] 덕수궁 옆, 고종황제 마지막 집무실 '정동 중명전'

입력 2015-02-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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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늑약의 한이 서린 중명전

중명전(重明殿)은 대한제국 외교권 박탈의 한이 서려 있으며 고종 황제의 주권회복 의지를 보여주는 민족투쟁의 시발점이 된 곳으로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전각이다.

중명전의 시작은 원래 정동지역 서양 선교사들의 거주지에 속해 있다가, 경운궁(현 덕수궁)이 확장되면서 궁궐로 편입되어 ‘수옥헌’이란 이름으로 주로 황실 도서관 용도로 사용되었다. 1901년 화재로 전소된 후 독립문, 정관헌 등을 설계한 러시아 건축가 사바찐(A.I. Sabatin)이

지금과 같은 2층 벽돌 건물의 외형으로 만들었다.

1904년 덕수궁 화재 이후 중명전은 고종황제의 처소가 되면서 갑작스레 위상이 높아졌다. 이때 부터 '광명이 이어져 그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중명전은 명칭과는 정반대로 대한제국과 함께 매우 혼란스러운 신세가 된다. 결국 1905년 중명전은 강제로 침탈당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본군에게 넘겨준 을사늑약의 치욕에 장소가 되었다. 그 후 고종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1907년 헤이그 특사로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을 파견한 곳도 바로 중명전이다. 그리고 일제는 헤이그 특사 파견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켰다.

한일병합이 된 뒤 1925년 화재로 외벽만 남기고 소실된 중명전은 다시 재건하여 외국인을 위한 사교클럽인 ‘경성구락부로’로 주로 쓰이다가 자유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유재산으로 편입되었다. 해방 후에는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에게 기증됐다가 민간에 매각됐고, 그 후 2003년 정동극장에서 매입한 뒤 복원에 들어가 2010년 8월부터 전시관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1월의 마지막 날 중명전을 찾았다. 1호선 시청역에 내려 고즈넉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500미터를 걸으면 정동극장에 다다른다. 그리고 조그만 표지판을 보고 좁은 골목 쪽으로 서울에서 이름난 추어탕 가계를 지나 조금 만 걸으면 화강석 기단에 적색 벽돌로 축조된 지하 1층, 지상 2층의 르네상스식 건물이 나타난다.

중명전을 본 첫인상은 황궁이라고 하기엔 다소 초라하지만 단단하고 아름다운 서양식 건물이였다. 같은 건축가 만들어서 인지 덕수궁의 정관헌과 비슷했고 예전 중국 출장때 상하이에서 본 서민들의 집과 많이 닮아 있었다.

중명전 현판을 지나 가운데 복도를 들어서니 유리로 보호된 유럽식 청색 고급 대리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복도 양쪽으로 3개의 방이 전시실로 만들어져 있었다.

왼쪽 가장 넓은 방은 '을사늑약'을 주재로 전시되어 있다. 가운데에 커다란 을사늑약 전문이 전시되어 있고 을사늑약의 체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맞은편 작은방은 덕수궁과 중명전의 역사 대한 이야기를 주재로 전시되어 있다. 마지막 방은 고종황제를 주재로 한방을 두 개로 나누었다. 하나는 고종과 중명전의 인연을 주재로 전시했다. 나머지는 헤이그 특사에 대한 내용을 전시해 고종의 대한제국에 독립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또한 2층 특별전시관은 최근 잊을만하면 터지는 재벌 3ㆍ4세의 사고 행각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때 모든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을 한 조선시대 최고의 부자 우당 이회영 일가의 전시 ‘우당 이회영 선생과 6형제’가 열리고 있어 꼭 들러 볼만하다.

▲중명전 1층 을미늑약을 소개하는 방

▲중명전에는 을미늑약의 원본이 전시되어 있다.

▲중명전 1층 헤이그 특사 파견을 소개하는 방

▲1907년 헤이그 특사로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이 외국신문에 소개된 자료

▲중명전에 전시된 고종 황제에 대한 자료

▲중명전 1층 복도에는 유리로 보호된 유럽식 청색 고급 대리석이 깔려 있다.

▲중명전은 화강석 기단에 적색 벽돌로 축조된 지하 1층, 지상 2층의 르네상스식 건물로 만들어져 있다.

▲중명전 2층은 특별전시관으로 ‘우당 이회영 선생과 6형제’가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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