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스크램블 톡] 재팬삼성은 왜 롯폰기에서 짐을 싸는가

입력 2015-02-0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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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본 초고층 빌딩 매각하나”

6일 이른 아침, 미국 일간 경제지의 한 귀퉁이에 삼성 일본법인이 롯폰기 사옥 지분을 매각한다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연을 보니 좀 씁쓸합니다.

12년 전인 2003년, 삼성은 일본 진출 50주년을 기념해 미쓰이부동산과 공동으로 444억엔을 들여 일본의 심장부인 롯폰기에 27층짜리 초고층빌딩을 건설했습니다. 빌딩 명칭은 ‘롯폰기 티큐브’.

‘롯폰기 티큐브’라는 이름은 소재지인 ‘롯폰기’와 공동 사업자 미쓰이부동산과 일본 삼성, 그리고 이 빌딩의 용도가 사무실ㆍ상가ㆍ레지던스 3개 업종으로 구성, 숫자 3으로 연결되다보니 숫자 3을 나타내는 ‘Tri-‘의 앞 글자와 3승을 의미하는 ‘큐브(cube)’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성역 없는 구조개혁에 힘입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침체의 그늘에서 막 벗어나던 시절. 제아무리 도쿄의 중심가였어도 부동산 시세는 거품기에 비하면 엄청나게 떨어졌을 겁니다. 여기다 엔화 값은 뚝 떨어지고 장기 불황으로 꼭꼭 닫혔던 소비자들의 지갑이 서서히 열리면서 장밋빛 기대감이 충만했겠지요.

당시 삼성의 일본 매출액은 2002년 7219억엔, 2003년은 8600억~9000억엔으로 성장세도 순조로왔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삼성’에게도 일본 시장은 넘사벽이었나 봅니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유난스러운 일본 소비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요.

결국 삼성은 2007년 일본 소비자들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한 가전 제품 개발ㆍ출시를 더 이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요. 여기다 일본이 자국 기업 부양에 팔을 걷어 붙이면서 엔화 약세를 조장, 원ㆍ엔 환율이 뚝 떨어지면서 삼성을 옥죘을 겁니다.

지금도 삼성은 세계 시장에서 다 통하는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도 일본에서만큼은 환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2012년 일본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기록하더니 작년 11월 시점에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같은 기간 라이벌 애플의 점유율은 51%. 삼성의 완패지요.

어쨌든 삼성은 이이다바시에 새 둥지를 튼답니다. 롯폰기 만큼 글로벌 비즈니스의 메카는 아니지만 이곳도 KDDI, 히타치, 미쉐린타이어, 오오츠카상사 등 일본 대기업들이 밀집해있는 요지입니다.

일본 부동산업자에 물어보니 삼성이 '롯폰기 티큐브' 지분 57%를 매각하면 수백 억 엔은 챙길 거라고 합니다. 롯폰기 티큐브의 가격은 평당 4만 엔부터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롯폰기 티큐브’에서 삼성이 빠져나온다니… 빌딩 이름을 바꿔야하는 건 아닌지. ‘롯폰기 디(di)큐브’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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