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어음 제도가 2005년 1월 도입된 이후 10년을 맞이했다. 전자어음 제도는 기업의 유동성을 보완함으로써 실물거래를 촉진하는 어음제도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종이어음 지급수단의 취급 비용을 절감하고 위변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전자어음은 종이어음에 비해 여전히 활성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종이어음보다 월등히 높은 전자어음 수수료 체계를 조정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전자어음 도입 10년 이용현황과 과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전자어음 발행규모는 262조8816억원으로 전년비 2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자어음 이용건수는 187만6419건으로 26.7% 늘었다.
배문선 한은 전자금융팀 과장은 “정부가 지난해 4월 전자어음 활성화를 위해 전자어음 발행 의무화 대상을 자산총액 10억원 이상 법인사업자로 확대한 영향이 컸다”며 “지난 10년간을 보면 정부의 전자어음 활성화 대책이 나올 때마다 전자어음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전자어음을 활성화하기 위해 총 3차례의 정책을 시행했다. 앞서 2009년 11월에는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의 주식회사는 전자어음을 의무적으로 발행하도록 했다. 2012년 10월에는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 담보용 어음을 전자어음으로 제공하도록 변경했다.
◇전자어음 비중 전체 약속어음의 약 10% = 전체 약속어음 발행규모를 조사할 수 없어 그중 전자어음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산출할 수 없지만 이들 어음의 교환규모를 통해 전자어음의 비중이 약 9.5%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전체 약속어음 교환규모는 1280조원, 전자어음 교환규모는 121조493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약속어음에는 기업어음(CP) 발행액이 포함돼 있어 상거래 목적의 전자어음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지난해 교환에 회부된 전자어음이 예금부족 등으로 인해 부도 처리된 건수 및 금액은 1만8853건, 7592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27.1%, 3.0% 증가했다. 반면 어음부도율은 전년보다 0.2%포인트 낮은 0.6%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전자어음 이용자중 발행인은 1만9358명, 수취인은 41만8696명으로 수취인이 더 많았다. 또 발행인 등록자에는 법인 비중(96.3%)이, 수취인 등록자에는 개인 비중(60.9%)이 더 높았다.
◇전자어음 활성화 방법 3가지는? = 한은은 전자어음이 종이어음에 비해 여전히 활성화가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우선 종이어음보다 월등히 높은 수수료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혁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종이어음은 어음종이를 받아올 때 통상 6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고 그 후에는 배서, 자금수취 등에서 다 수수료가 0원이지만 전자어음은 발행시 1000원을 지불한 후에 배서 1회당 1500원, 자금수취 시 또 2500원의 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며”며 “종이어음과 전자어음의 수수료 체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2009년중 종이어음에 부과되는 인지세를 1매당 5000엔에서 발행금액에 따라 1만~20만엔으로 최고 40배 상향 조정함으로써 종이어음의 전자방식 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한은은 언급했다.
또 한은은 현행 전자어음법은 전자어음의 이용의무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함에 따라 제재 수위가 낮은 편이라고 비판했다. 즉 과태료 수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
이밖에 전자어음의 만기가 최장 1년임에 따라 현금성 결제에 비해 대금 조기 회수에 어려움이 있음에 따라 만기를 단축해야 한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법무부는 전자어음의 만기를 단계적으로 3개월까지 단축하는 내용의 전자어음법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한편 금융결제원은 전자어음 관리기관으로서 이용자 등록 밈ㅊ 전자어음 발행·배서·지급제시 등의 거래정보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