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누구 품에 안길까

입력 2015-02-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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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금호산업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달 30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57.48%(약 1천955만주)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입찰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25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을 되찾으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인수 자금 마련에 들어갔다. 다른 주요 대기업들도 금호산업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따져보며 인수의 득실 분석에 한창이다.

이 인수전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 결과에 따라 재계의 지형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수 후보 1순위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자금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삼구 회장이 아닌 다른 그룹이 가져갈 경우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까지 인수하면서 재계의 판도가 크게 요동치게 된다.

◇ 금호산업, 어떤 매물이길래

표면적으로 매물인 금호산업은 2014년 시공능력평가에서 20위에 오른 중견 건설업체다. 그러나 금호산업의 진짜 가치는 그 뒤에 얽힌 지분관계에 숨어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가져오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이 따라온다.

그뿐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지분 46.00%를 갖고 있고, 금호터미널의 지분 100%,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금호터미널은 광주 등 전국 각지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회사다. 광주신세계 백화점 부지도 금호터미널이 갖고 있다. 2013년 신세계 쪽에 이 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20년간 장기 임차하기로 하고 5천억원을 추가로 받은 바 있다.

요컨대 금호산업 하나를 잡으면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여러 회사의 경영권이 한꺼번에 따라오는 구조다.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란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또 바로 이런 지배구조로 인해 사실상 한 그룹이 매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김경기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대우그룹 해체 때도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한 번에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라며 "사실상 그룹 전체가 매물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 인수 후보 1순위는 박삼구 회장

금호산업의 이런 위상 때문에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도 금호산업 인수에 필사적이다. 금호산업 인수에 실패할 경우 재계에서 박삼구 회장의 입지도 급속히 쪼그라들게 된다.

실제 인수 후보 1순위도 박삼구 회장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주식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보고 1원이라도 더 많은 값을 써내면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가져가게 된다.

문제는 금호산업의 몸값이 크게 치솟은 가운데 박 회장의 자금력은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종가 기준(2만6천200원)으로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57.48%의 시가는 약 5천123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고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은 물론 그에 딸린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등의 경영권까지 감안하면 인수 가격은 8천억∼1조원은 된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특히 다른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가격이 더 치솟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박삼구 회장은 이미 금호산업의 지분 5.13%를 쥐고 있고, 큰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보유지분도 4.94%이다. 둘의 지분을 합치면 10%가 조금 넘으니 40%를 더 확보하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박 회장이 동원 가능한 자금은 1천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회장은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 이후 사재 3천300억원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 자금으로 털어넣은 바 있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7.99%도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어 유동화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FI) 또는 전략적 투자자(SI)를 동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상그룹이나 군인공제회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박 회장의 매제로, 여동생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의 남편이다. 군인공제회는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는 등 우호적 투자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1조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있느냐는 점은 여전히 문제다.

전략적 투자자(SI)의 경우 경영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점에서 박 회장으로선 수용하기 힘든 카드다. 전략적 투자자가 나선다면 단연 관심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채권자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라고 해서 꼭 박삼구 회장과 적대적 구도로 갈 것이라 볼 필요는 없다"며 "전략적 투자자라도 경영권은 박 회장에게 넘기고 다른 형태로 얻어낼 부분이 있다면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지원해주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에 대해 "반드시 인수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인수 자금에 대해서는 "준비는 해놨다. 걱정할 것 없다"고만 했다.

이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 확보 등의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박 회장도 인수전에 대해 "순리대로 잘될 것"이라는 입장만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다른 기업이 박삼구 회장과의 관계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내에선 박 회장이 인수와 관련해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다른 인수 후보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것이지만 항공산업의 특성상 다양한 업종과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독을 들이는 대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기업들은 한 번쯤은 다 검토를 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광이나 레저, 백화점, 호텔업, 면세점 등을 하는 업체는 다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박삼구 회장이 인수 후보 1순위인 데다 박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 사업상 거래 관계 등 때문에 드러내놓고 '인수하겠다'는 곳은 없는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없다"며 "기업 간 정서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행보도 관심사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홍기택 산은 회장을 만나는 등 금호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텔이나 면세점 사업은 사업 영역이 항공업과 긴밀히 연결되는 데다 호텔신라가 최근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호텔신라는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인 디패스(DFASS)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보유한 전용기를 유지·보수하고 운용·관리하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호텔 또는 백화점·마트 사업을 하는 롯데나 신세계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인수 후보군이다. CJ의 경우 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을 연계한 물류 사업의 효율화를 그려볼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을 갖고 있는 애경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주항공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금호그룹과 마찬가지로 광주광역시에 뿌리를 둔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의 행보도 변수다. 호반건설은 한때 금호산업의 지분을 6.16%까지 높였으나 이후에는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4.95%로 낮췄다.

지역적 기반이 같은 호반건설이 백기사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인지가 관심사다. 호반건설은 최대 3천억원의 자금 동원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삼구 회장은 최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사이는 좋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딜(거래)은 선택지가 다양하고 경우의 수가 아주 많다"며 "설이 지나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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