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뱅킹 사고 등 이상 전자금융사고를 사전에 적발하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선제적으로 FDS를 도입했던 은행들이 FDS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금융권과 함께 FDS 추진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나섰다.
FDS란 제3자에 의한 개인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객의 거래패턴을 기초로 해 금융 사기거래 여부를 조기에 포착하거나 검출해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서비스다. 예를 들어 폰뱅킹 장기 미사용계좌를 부활하거나, 공인인증서 재발급 이후 이체거래를 진행할 때 FDS 서비스가 가동된다.
FDS가 금융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지만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은행들도 잇따라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FDS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2013년 8월부터 FDS 서비스를 적용해 왔다. 이후 하나은행이 작년 10월에 도입했으며 이어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말 FDS를 적용했다. 아직 시행에 나서지 못한 은행들도 조만간 FDS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은 FDS 도입 후 이상거래금융 탐지율이 두드러지게 향상됐다. 하나은행의 이상금융거래 탐지율은 70%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이상금융거래 중 70% 이상을 걸러낸다는 의미다.
FDS 도입 초기에는 하나은행의 탐지율이 5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FDS 도입을 위한 시범운용에 나선 이후부터 탐지율이 6급상승 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이상금융거래를 걸러낸다. 원격으로 이뤄지는 금융거래, 평소 아이디 기반으로 로그인을 하다가 갑자기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는 경우, 기존 범죄에 악용된 인터넷주소나 컴퓨터 고유식별번호(MAC)로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다.
이는 각각의 코드번호로 금융소비자보호부에 전달된다. 금융소비자보호부 담당자는 이상금융거래가 일어난 계좌의 명의자에게 직접 연락해 범죄 유무를 파악한다. 불가피할 경우 선조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이 범죄가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텔레뱅킹 무단 인출사고가 발생했던 농협은행도 FDS 조기도입 한 달 만에 4000건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남승우 농협은행 부행장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롯데카드 본사에서 열린 ‘금융·IT 보안강화 현장간담회’에서 “지난해 금융사고가 발생한 뒤 FDS를 도입했다”며 “좀 더 분석을 해야 하겠지만 도입 한 달 만에 FDS를 통해 4000건의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FDS를 도입한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FDS 도입 후 이상금융거래 탐지 기능이 월등히 향상됐다”고 말했다.
FDS 도입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자 금감원도 금융권 FDS 추진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시스템 도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협의체를 통해 금융회사 간 FDS 구축·운영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고, FDS 공통기준 마련해 전자금융사고를 신속히 탐지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당국은 우선 이상금융거래를 분석하고 차단하는 FDS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내년까지 금융거래정보까지 수집대상을 확대, 2016년에는 금융권 공동 대응에 나서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금융회사는 효과적인 FDS 운영을 위해 FDS 전담조직과 전문인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상금융거래 정보를 전파·공유해 유사사고에 대한 금융권 공동대응 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