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현의 중국 드라마 회당 출연료 1억 원에 가려진 가치와 문제는?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2-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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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추자현(뉴시스)

“단순히 ‘추자현이 중국 가니 이 정도 받는다’라고 한두 줄로만 끝나는 게 좀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스타 추자현이 최근 방송된‘SBS 스페셜: 중국, 부의 비밀-대륙 생존기’에서 한 말이다. 방송과 신문, 인터넷 매체가 추자현을 보도할 때 한 부분만 주목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대부분의 대중매체가 약속이라도 한 듯 추자현을 다룰 때 중국 드라마 회당 출연료 1억 원이라는 사실만을 집중 부각한다. 한류와 한류 스타에 대한 대중매체 보도의 문제점을 일부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드라마로 인기를 얻어 초청받아 중국 드라마를 찍은 케이스가 아니다. 신인으로 캐스팅돼 맨땅에 헤딩하듯이 해왔다.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무엇이든 배우려는 자세로 임했다.”추자현의 이러한 언급은 회당 1억원 출연료 보도에 가려진 중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동시에 추자현의 출연료에 대한 대중매체의 보도 행태에는 한국문화 우월주의적 시각이 배어 있다는 점도 적시해준다.

1997년 중국 CCTV에서 방송된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에 환호하고, 1998년 H.O.T에 열광하는 중국인의 모습 속에서 한류가 싹텄다. 이내 대만, 베트남, 태국 등으로 확산하며 아시아에서 한류를 활짝 피웠다. 한류는 이제 대중문화 본산이라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거세게 일며 지구촌류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한류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한동안 그 실체를 믿지 못했다. 우리 문화를 해외에 수출하고 전파한 사실은 역사 속 한 자락에 자리한 사료(史料)로 치부될 뿐이었으니까. 대신 우리 대중문화는 미국, 일본의 것을 받아들이거나 모방, 더 나아가 표절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아류 혹은 이류 인식이 엄존했다. 그러다 한류의 실체를 체감하면서 “5000여 년의 한국역사에서 ‘한류’만큼 가장 큰 문화적 사건은 없다”는 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한류’를 한국 대중문화가 다른 국가의 문화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고한 증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류와 한류스타에 대한 학계와 전문가, 대중의 시선은 다양하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문화전쟁’과 ‘대중문화의 겉과 속’을 통해 정리했듯 한류에 대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민족주의적 담론, 전통과 한국적인 것을 버리고 터보 자본주의화 과정에 동참한 결과물이라는 시각, 거대 문화 자본이 조직한 문화산업 버전이라는 입장, 한류는 일종의 미국문화의 변종으로 식민지적 수출산업의 연장 선상이라는 의견, 한국 대중문화의 약진을 바라보는 소아적 문화우월주의의 행태라는 주장,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네트워크에 대한 대항 담론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한 시각과 담론이 존재한다.

그런데 상당수 대중매체가 한류를 한국문화 우월주의적 시각과 맹목적 민족제일주의 시선에서 보도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 연예인들의 공연 몇 번으로 유럽을 잠식했다든가, K-POP이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든가, 한류스타의 중국 드라마 출연으로 중국을 삼켰다는 우월주의적 과장 보도는 한류의 본질을 크게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한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 또한, 중국 등 외국에서 반한류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반한류 등을 침소봉대해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는 민족주의 상품화의 선정적 보도 등 ‘맹목적 민족제일주의’ 행태 역시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대중매체 영향을 받은 일부 대중과 네티즌 역시 한국 우월주의적 시선을 견지하며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외국의 그것보다 무조건 우위에 놓고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반한류로 몰아가는 행태를 보인다.

추자현의 중국 드라마 회당 출연료 1억 원도 중요하지만, 그녀가 중국에 진출해 상대 문화를 존중하고 대중문화계에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했는가를 먼저 분석하고 조명하는 것이 한류에 훨씬 더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류와 한류스타에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말이다. 한류가 중국 문화에 우월하다는 전제를 깔고‘추자현 회당 출연료 1억, 중국 톱스타 압도’라는 획일적인 기사가 오늘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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