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이]
컬러 프린터로 수표를 대거 복사해 만든 위조수표로 생활비를 충당하려던 20대가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진짜' 수표를 A4 용지에 양면 복사해 만든 '가짜' 수표에 대형 체인 음식점 배달원들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박모(22)씨는 작년 말 개봉한 영화 '기술자들'을 보던 중 주인공 김우빈이 대형 인쇄기로 위조수표를 만드는 장면을 보고는 무릎을 쳤다.
그는 지난 1월 초 인터넷에서 컬러 프린터와 A4용지를 구매, 은행에서 발급받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복사해 위조수표를 만들었다.
언뜻 보기에 진짜 같은 위조수표가 금세 만들어지자 박씨는 배달음식을 시켜 수표를 건네고 거스름돈을 챙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혹시라도 의심을 피하려고 주로 어두운 주택가 골목길로 음식을 시켰고 "집 앞으로 나가겠다"며 길에서 배달원을 만났다.
박씨는 거주지인 성북구 외에도 경기도 의정부, 평택, 수원 등 멀리 떨어진 지역의 주택가로 '원정'을 가 범행하기도 했다.
일반 야식집은 물론 '피자헛'과 '롯데리아' 등 유명 체인 배달원들도 별 의심없이 수표를 받아들고 거스름돈을 내줬다.
박씨는 배달원들이 시간에 쫓기는데다 수표 뒤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면 별다른 신분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수표를 입금하려던 점주들의 잇따른 신고에 경찰은 포위망을 좁혀 PC방에 있던 박씨를 검거했다.
그의 웃옷 주머니에는 미처 쓰지 않은 위조수표 136장이 들어 있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박씨를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박씨는 한 번에 2만∼3만원 어치를 주문해 거스름돈 7만∼8만원 씩을 챙기는 수법으로 13차례에 걸쳐 13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전과 7범인 박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물건을 팔 것처럼 하고는 돈만 챙기다 구속된 전력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복사한 수표는 149장으로 확인됐지만 더 많은 양을 위조·유통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중"이라며 "수표 거래 때 '자기앞수표'의 글자 색이 변해야 진짜 수표라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