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실적에도 미국 자동차업체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신감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머스크 CEO는 1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테슬라 시가총액은 애플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테슬라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주당 13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년의 주당 33센트 순이익에서 적자전환한 것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과 판매 대수 모두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전기차 수요 감소, 중국시장 판매 부진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어쨌든 최근 수년간 시장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던 테슬라로서는 후퇴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적 부진에도 머스크 CEO는 당당했습니다. 그는 “중국 판매가 부진했던 것은 전기차 충전이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는 올해 말이면 중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판매 목표 5만5000대는 중국시장 판매를 제외하더라도 달성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렇다면 머스크 CEO가 언급한 애플 시총은 어떤 수준일까요. 애플은 지난 10일 글로벌 기업 사상 최초로 시총 7000억 달러(약 776조원)를 넘어섰습니다. 테슬라의 현재 시총은 약 270억 달러로 애플의 4%에도 못 미칩니다.
머스크 CEO는 그럼에도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를 지속하면 나의 예측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허황된 얘기는 아니지만 그만큼 정말 어려운 목표이기도 합니다. 머스크가 가고자 하는 길은 자동차산업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곳곳에 주유소처럼 충전소가 있어야 하고 전기차 가격도 일반 자동차처럼 낮아져야 합니다. 배터리 충전시간도 휘발유만큼 짧아져야 하는 등 이런 저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전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머스크 CEO와 테슬라는 그런 머나먼 행로의 첫발을 내딛은 것에 불과합니다. 과연 그의 꿈이 실현될지 제가 몇년 후 차를 새로 살 때 주저없이 전기차를 선택할지 정말 기대와 의문이 교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