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당뇨 진단을 받아 오랜 시간 고생한 송씨(50·남) 역시 인슐린 치료가 잘 듣지 않자 민간요법에 의지했고 결국 신장 기능이 30% 이하로 떨어져 물 한잔 마음껏 마실 수 없었다. 이틀에 한 번은 혈액 투석을 받아야만 살 수 있었다.
당뇨병과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통 받던 송씨는 결국 35세가 되던 2000년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고, 당뇨에서 해방됐다. 투석 받을 필요도 없고, 하루에 세 번씩 맨살을 찌르던 인슐린 주사도 끊었다. 이식 수술 후 15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팀은 1992년 국내 최초로 췌장이식을 시행한 이후 최근까지 인슐린 치료를 해도 혈당 조절이 잘 안되거나 만성 신부전증 등 심각한 당뇨 합병증이 발생한 271명의 환자들에게 췌장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식받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이식 편 췌장 생존율이 87%(1년)로 확인된 것.
당뇨병 환자 10명 중 9명이 췌장이식 직후부터 인슐린 주사를 끊었고 오랫동안 환자를 괴롭혔던 당뇨 합병증의 진행도 사라져 당뇨병을 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식 후 환자 생존율 분석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95.7%(1년), 91.2%(5년), 89.3%(10년)를 달성해 췌장이식이 삶의 질과 함께 장기 생존을 보장하는 당뇨병 근본 치료법으로 완전히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종 교수는 “최근 이식수술의 기술 및 면역억제제의 발전과 수술 후 관리의 경험이 쌓이면서 췌장이식 성공률이 크게 향상되었다. 인슐린 주사나 당뇨병 약은 당뇨를 완치시키기 어렵지만 췌장이식은 당뇨병 완치의 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장기를 대체해 인슐린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췌장이식은 시행 초기 뇌사자 기증의 절대적 부족 및 낮은 성공률과 이식 후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지난 23년 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온 끝에 높은 생존율과 증가세를 보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