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5개월… 혁신을 키운다

입력 2015-02-12 17:21 수정 2015-02-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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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요? 없어도 됩니다. 나이, 국적도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됩니다.”

삼성전자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끄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구센터)가 개소 5개월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그 사이 20명의 삼성전자·제일모직 기술 연구원과 2명의 상주멘토, 그리고 6명의 벤처선배로 구성된 ‘멘토 드림팀’을 꾸렸다. 대구시와 함께 200억원 규모의 지원 펀드도 조성했다. 이러한 밑 작업이 끝난 뒤 전국 공모를 통해 18개 아이디어를 최종 선정하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육성에 들어갔다. 3719개 아이디어 가운데 뽑힌 팀이라 삼성전자도, 미래부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벤처 창업육성 프로그램인 'C-Lab'에 참여하는 팀으로 구성원 모두가 고등학생이다. 이들은 학생 대상으로 흥미요소를 가미한 올바른 스마트폰 활용을 위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제공

◇고등학생부터 50대에 외국인까지… 번뜩임만 가져오세요 = 대구 센터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공모를 평가할 때 심사위원들이 가진 정보는 팀 이름과 기술·아이디어 소개서가 전부였다. 이렇게 뽑힌 18개 팀 가운데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50대 CEO부터, 고등학생에 외국인까지 있다.

대구센터에서 상주하며 멘토링을 하는 임종태 부장은 “공모전 결과를 보고 우리도 놀랐다.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끼여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선발된 팀에게는 초기 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한다. 3개월이 지난 뒤 기업의 상태에 따라 최대 3억원까지 추가로 지원하고, 외부 벤처캐피털(VC)과도 연결해준다.

동대구역과 500여 미터 떨어진 대구센터 13층에 마련된 연구실을 24시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전자가 보유한 각종 장비도 활용할 수 있다.

▲대구청조경제혁신센터에 마련된 연구시설. 이 시설의 콘셉트는 '개방형'으로 멘토, 팀 간의 의사소통을 극대화 했다. 사진 = 삼성전자 투모로우

◇벤처에 삼성 DNA 심는다 = 대구센터는 삼성전자가 2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내벤처 ‘C-Lab(C랩)’프로그램을 그대로 따와 적용했다. C랩은 예비창업자나 벤처기업가들이 소프트웨어·모바일 앱 개발부터 테스트,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창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센터에 상주하는 2명의 멘토는 수시로 벤처 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눈다. 현직 삼성전자와 제일모직 연구원 20명은 매달 대구센터에 내려와 1:1 맞춤형 멘토링을 진행한다. ‘망해본 경험이 있는’ 벤처 선배들도 다달이 교육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각종 교육도 매주 열린다.

센터 13층에 마련된 연구 공간도 삼성의 C랩과 많이 닮았다. 공간을 트이게 만들어 다른 팀들 간에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했다. 실제 3D프린터를 보유한 팀이 다른 팀의 시제품을 만들어준 사례도 있고, 수시로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해 사업을 발전시킨 경우도 있다.

다만 어려움은 있다. 삼성전자의 C랩에는 수천 명의 개발인력이 자금 제한 없이 제품을 뚝딱 만든다. 반면 대구센터의 C랩은 제한된 자금 안에서 생뚱맞은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 내야한다. 이번 대구센터 운영은 삼성전자에게도 큰 도전이라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자사의 핵심적인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지난달 19~30일, 2주 동안 진행한 ‘CCEI 캠프’에서 적용했다.

먼저 신입사원때부터 차곡차곡 배워나가는 사업기획과 문서작업, 프레젠테이션 등의 노하우를 가르쳤다. 그리고 아이템의 장단점을 분석해 명확한 콘셉트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상주 멘토인 이경석 부장은 “팀에게 창조성을 일깨움과 동시에 사업적인 노하우를 심어주려고 CCEI 캠프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면서 “최고 전문가들이 수주 동안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시간당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강사를 초빙하는 등 삼성의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주상희 비오메터블 대표는 “교육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내 아이디어가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 확실한 사업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접근법을 알게 된 만큼 사업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말 완공예정인 '대구-삼성 창조경제단지' 부지인 옛 제일모직 건물. 삼성전자는 이곳에 900억원을 투입해 대구 벤처산업의 핵심 거점을 세운다.

◇프로그램이 끝나도 지원은 계속된다 = C랩은 6개월 단위로 프로그램이 완료된다. 하지만 졸업은 끝이 아니다. 외부 VC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고, 중소기업청 등 정부가 운영하는 벤처육성 프로그램 지원도 도와준다. 멘토와도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다.

지난주에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8개의 VC가 대구센터를 찾아 18개 팀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었다. 센터 측은 조만간 외부 투자를 받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투자에 직접 참여한다. 이렇게 수익은 다시 후배 벤처기업인을 위해 재투자된다.

한편, 대구센터는 내년 12월에 완공 예정인 ‘대구-삼성 창조경제단지’에 자리를 옮겨 대구 지역 벤처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난다. 창조경제단지는 9만 제곱미터 규모의 옛 제일모직 부지에 건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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