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실형 선고…반성문 전문 "화통한 상사 되고 싶었다"

입력 2015-0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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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땅콩회항' 논란으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성문이 공개됐다.

1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이 범행의 세부적 사실관계를 일부 다투지만 전체적인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제출한 반성문을 낭독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반성문은 A4 3쪽 분량으로 안에는 현재 상황에 대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후회와 번뇌가 가득 차 있다. 다음은 재판부가 공개한 반성문의 전문이다.

"저는 그 모든 일을 모두 제가 한 일이고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게 소란을 만들고 어떠한 정제도 없이 '화'를 표출하였으며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품지 못하고 제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김 승무원과 박창진 사무장에게 내리라고 하여, 마치 그 비행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제가 화가 났다는 이유로 그렇게 행동한 것입니다. 왜 화가 났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변명도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린 김 승무원이 받은 큰 상처, 한 팀을 책임지는 사무장이 짐을 싸 비행기에서 내릴 때의 큰 슬픔인데, 사건 당시에는 제대로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당시 마음 한 켠에 '이래도 될까'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결국 제 행동의 저지선은 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김 승무원이나, 박창진 사무장이나 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일 텐데,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도 정말 면목 없고 죄송합니다. 제가 지은 죄에 대하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분명 사람의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바래갈 텐데 어떤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하루, 그 날을 떠올리며 제가 그냥 아무 말 않았더라면 화를 다스릴 수 있었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가, 때로는 김 승무원이나 박창진 사무장님이 제 화를 풀어줬더라면 하고 어이없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적반하장의 생각을 할 때면, 이 후회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처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인지 제 스스로도 잘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 날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또는 박창진 사무장님이 언론에 가서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저는 가정과 회사를 이렇게 놓아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마 1개월, 1년 뒤, 설사 운이 좋았다 하더라도 10년 뒤에는 아마 이 곳에 있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나 도전적인 사업을 더 해볼 기회는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깊은 모욕감에 좌절하였을지 모릅니다. 더 크게 저를 망치고, 제가 한없이 사랑해 온 대한항공에 더 큰 피해를 입혔을 지도 모릅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사람은 그냥 바뀔 이유는 없으므로 왠지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여기에 오지 않았더라면 과연 낯선 이로부터 대가없는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었을까, 도움의 손길을 그렇게 고맙게 여겨볼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30일 밤 구치소에 입소하였을 때 제게 주어진 것은 작은 박스에 담긴 두루마리 휴지, 플라스틱 수저, 그릇, 비누, 칫솔, 치약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의와 속옷 양말 두 켤레가 제가 가진 전부였습니다. 필요한 생필품을 사는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다가 연초가 끼어 공급자의 변경문제로 물품을 구매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주위 분들은 스킨과 로션을 빌려주고, 샴푸와 린스도 빌려주고 과자도 선뜻 내어 주었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더 고마웠던 것은 제게 이 사건에 대하여 아무 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이 사람에 대한 배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 제게는 그것이 많이 부족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죄송합니다.

이 사건이 있기 전에 저는 스스로 일적인 면에서 까칠할 수 있지만 맡은 일은 확실히 하고, 스스럼없이 남들과 어울리고,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만 또 나무라고 나면 잊기도 잘 하는 인간적이고도 화통한 상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것에 두려움이 앞섭니다. 제 모든 행동을 반성하고 좋은 사람, 타인이 베푸는 정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식사시간이면 4인분의 밥과 국, 찬이 들어오고 저희 방의 입소자들은 이것을 양껏 나누어 먹습니다. 메뉴에 익숙해진 탓인지 저희끼리는 가끔 나름대로의 특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과자인 '인디언 밥'에 우유를 먹는 간단한 아침부터, 주먹밥이나 비빔면 등 제법 공을 들인 메뉴까지 이런 것을 먹을때면 그 때의 대화거리가 되고 현재를 잊어보는 작은 기회가 됩니다. 이번 주말에 여러 가지 근심으로 제 말수가 적어지니 저보다 12살이 많은 입소자 언니는 특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고추장에 이것저것 한정된 재료를 넣어 섞으니 훌륭한 양념 고추장이 탄생했는데 냄새도 달짝지근하고 맛을 보니 밥이든 면이든 비벼먹으면 한 끼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넘어갈 맛이라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최고의 찬사는 다 나왔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힘껏 노력을 다해 가꿔온 그 이미지를 제가 땅콩회항이라는 사건으로 조각내어 무너뜨려 버린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이라도 아니 이 사건이 처음 일어날 그 때부터 대한항공이 분리되어 저의 오명에 물들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한 번의 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가진 어떤 인간적 부분과도 관련되어 있고, 언론이 저를 미워하므로 제가 대한항공과 더 이상 같은 길을 걸어 갈 수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제 잘못을 알고, 피해자들에게 정말로 미안합니다. 저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들, 상처들이 가급적 빨리 낫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국민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분노가 커서 저도 죄송하다는 말 반성한다는 말 이외에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용서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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