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트루먼쇼’, 진짜 ‘리얼리티’를 말하다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2-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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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라스트 헬스보이’ 김수영의 고군분투가 화제다. 15일 오후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서는 감량 2주차에 접어든 김수영과 증량 2주차에 접어든 이창호의 몸무게가 공개됐다. 김수영은 165.5kg에서 149.2kg으로 감량에 성공하며 한 주 만에 16.3kg을 감량했다.

‘라스트 헬스보이’는 ‘위기론’이 대두한 ‘개그콘서트’에 대중의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단지 출연자의 몸무게를 늘리고 줄이는 것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건, ‘쇼’를 넘어선 ‘리얼리티’에 있다. 리얼리티는 대중의 호기심을 만족하게 해주며 감정이입을 통한 공감으로 귀결된다. 매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수치는 무대에서 공개되는 것 외에 또 다른 노력을 예상하게 한다. 한 개그맨의 생활 그 자체가 무대가 되어 흥미를 유발한다.

MBC ‘무한도전’은 정형화된 포맷이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매주 새로운 아이템으로 경쟁해야 하는 잔혹한 환경에 처해있다. 주먹구구식 단발성 아이템과 콩트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지만, 그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장기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그들의 일상이다. 레슬링, 조정, 카레이싱, 에어로빅, 응원단, 봅슬레이 등 특정 방송 시간에 국한되지 않은 도전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멤버 개개인의 일상이 날것으로 공개되는 것은 살신성인의 기획 태도는 10년째 정상을 지켜온 ‘무한도전’의 가장 큰 무기다.

('트루먼쇼' 스틸)

1998년 개봉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쇼’는 특정 개인에 대한 대중의 관음을 증명했다. 트루먼은 하루 24시간 생방송 되는 쇼의 주인공이다.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이 그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시청하고 있다. 그의 주변 인물도 모두 배우이고 사는 곳 또한 스튜디오다.

현대판 ‘트루먼쇼’가 예능의 생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집단 호기심 등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궁극의 리얼리티가 요구되는 사회다. MBC ‘일밤-진짜사나이’는 성역으로 여겨진 군대 내부로 침입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스타의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한다. 잘 짜인 각본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일상이 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다.

미디어는 대중을 원하고, 대중은 욕구의 충족을 원한다. ‘트루먼쇼’에서 드러난 인간의 잔혹성이 미디어의 생존과 결부돼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와 ‘쇼’의 경계선은 허물어진 지 오래다. ‘몰래카메라’의 포맷이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사자는 모르는 짜고 치는 고스톱은 지켜보는 이에게 남다른 희열을 안겨준다. 노홍철이 ‘무한도전’ 선거 특집에서 출연자들의 가족과 집을 공개하겠다며 공약을 내세웠고,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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