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의 경제학]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 "스스로 길을 개척하라"

입력 2015-02-16 10:23 수정 2015-02-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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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문가의 가훈

▲故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

“아들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거라.”

유한양행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존경받는 명문가 기업으로 꼽힌다.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는 생전에 “조직에 친척 있으면 회사 발전에 지장을 받는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 친척을 다 내보내야 한다”며 부사장을 지낸 아들, 조카를 회사에서 해고했다.

유 박사는 과거 정치자금 요구 압박에 굴하지 않아 혹독한 세무감찰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국민들을 위한 예산으로 쓰일 귀한 돈이라며 세금을 원칙대로 모두 납부해 세무감찰을 탈 없이 넘길 수 있었다. 당시 유한양행 세무조사를 맡은 감찰팀장은 “20일간 세무조사를 했지만 한국에 이런 업체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오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 박사가 남긴 여섯 장의 유언장 내용 일화도 유명하다. 유 박사는 아들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거라, 내 소유 주식 14만941주는 전부 한국사회 및 교육 원조에 쓰이길 원한다 등의 내용을 유언장에 담았다.

이 같은 유 박사의 정도경영에 유한양행 직원들도 화답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유한양행 직원 전원은 고통을 분담할 뜻을 먼저 제안했다. 유한양행 직원들은 매년 600% 이상 지급되던 상여금을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한편 ‘30분 더 일하기 운동’을 전개했다. 2009년 금융위기 시에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에 앞서 경주 최부자 가문도 아름다운 부의 세습과 사회 환원을 실천한 존경받는 가문으로 유명하다. 지금의 경주 교동에 터를 잡은 최부자 가문의 3대인 최국선은 ‘가문 주변에 굶어죽는 사람이 절대로 없도록 하라’는 가르침을 받들어 기근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위해 곳간 문을 열었다. 흉년이 극심할 때에는 경상북도 인구의 10% 전후에 이르는 엄청난 백성들을 구제했다.

1910년 국가 주권이 일본 제국주의에 넘어갔을 때에는 후손 최준(12대)은 백신상회라는 곡물상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대며 독립운동을 돕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신생 국가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모든 재산과 1만여권에 이르는 장서를 지금의 영남대학 전신인 대구대학과 계림학숙 설립을 위해 기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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