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나 추석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고 한다. 아이들은 설날에 세뱃돈 받아 신 나고 어른들은 세뱃돈 나눠 주며 흥겹다. ‘동국세시기’에는 떡국이 정조(正朝) 차례와 세찬(歲饌)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라고 기록돼 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설날은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로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원시 종교적 사상에서 깨끗한 흰 떡으로 끓인 떡국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례를 지낼 때 제상(祭床)에 진설하는 음식은 집안마다 지방마다 다르지만 몇 가지 원칙은 있다. 생선으로 된 어찬(魚饌)은 동쪽에, 육고기로 된 육찬(肉饌)은 서쪽에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다. 함께 지켜야 할 것은 동두서미(東頭西尾), 머리를 동쪽을,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밖에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색 과실은 동쪽, 흰색 과실은 서쪽), 숙서생동(熟西生東:익힌 나물은 서쪽, 생김치는 동쪽), 동조서율(東棗西栗: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도 중요한 진설방법이다.
그런데 격식과 전통을 따지는 집안일수록 제사 방식으로 말이 많다. 뭐 좀 안다는 친척 어른이 제일 문제다. 그래서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는 말이 생겼다. 타인지연 왈리왈시(他人之宴 曰梨曰柿)다. 다산 정약용이 우리 속담을 모아 엮은 ‘이담속찬(耳談續纂)’에도 나온다. 다산은 이 속담에 대해 부재기위 왕유간섭(不在其位 枉有干涉),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간섭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박물군자 무불간섭(博物君子 無不干涉)이라는 말도 있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은 간섭하지 않는 게 없다는 뜻인데, 무슨 일이나 아는 체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출전은 사마천의 ‘사기’ 중 ‘오세가(吳世家)’. 나이든 사람은 한 살 더 먹었으니 박물군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