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6일 국회 본회의를 ‘턱걸이’로 통과했다. 여야는 각각 “산적한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 법안 처리”와 “표결에서 승리했지만 국민에게 졌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표결은 재석 의원 281명 가운데 찬성 148명, 반대 128명, 무효 5명으로 가결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임명동의안 처리 직후 “여야 합의로 처리하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서 “여야 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의회 민주주의의 생명인 '절차적 민주주의'가 굳건히 지켜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번 임명동의안 가결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렸다. 한숨 돌린 새누리당은 이제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합의한 대로 오늘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는 점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여야는 합심해서 밀려있는 현안을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산적한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문제, 연말정산 파동에 따른 세제개편 문제와 아동학대근절방안 등 주요현안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표결에서 승리했지만 국민에게 졌다”면서 “국민이 승리했다”고 내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우리당의 124명 참석 의원은 1표의 이탈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었고, 여당 일부 의원도 (반대투표에) 함께 했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 부적격이라는 의견이 많아 식물총리가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실패와 후보자 본인의 책임임을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총리는 통합을 지상과제로 삼아 박근혜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대통합을 위해 열배, 백배의 노력을 해달라”며 “청와대에 쓴소리를 할 책임총리의 모습을 보여야 할 책무가 무거워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통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삼수 끝에 겨우 제2대 국무총리가 탄생하게 됐다. 이번 표결에서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158명 중 155명이 투표에 참여, 최소 7표 이상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소속 의원 130명 가운데 124명이 투표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충청 출신 의원들의 일부 이탈표가 있었다면, 새누리당 내 반란표는 더 많았다는 계산도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병역면제, 땅투기 의혹 등에 이어 언론외압 논란까지 불거졌던 이 후보자는 우여곡절 끝에 실시된 표결에서도 모양새를 구긴 채 임명장을 받게 된다. 이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지난달 23일 지명받은 이후 24일만에 제2대 국무총리에 오르게 됐다. 이 후보자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날 오후 6시20분 취임식을 갖는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17일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인적 쇄신을 단행, 설 연휴 이전에 이른바 '제2기 박근혜 정부'로 면모를 일신하고 경제 활성화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 주요 국정 과제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