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외곽의 한 이케아 매장 앞에서 루마니아 이민자 출신인 플로린 라둘레스큐(35세)는 끊임없이 이케아 방문객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있다.
그는 이케아에 정식으로 고용된 택배기사는 아니지만 40유로(약 5만원)를 받고 쇼핑객들과 그들이 산 가구를 싣고 마드리드 시내로 데려다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유가하락으로 마진이 커졌을 뿐 아니라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늘면서 일감도 많아졌기 때문.
유가 하락으로 라둘레스큐의 삶은 나아졌다. 그는 이날 120유로를 손에 쥐고 임신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라둘레스큐 사례는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유가하락으로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시사한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스페인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율 1.5%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연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0.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인 0.2%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그만큼 소비심리 회복 기대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서 전문가들은 올해 스페인 경제성장률이 2.1%, 내년은 2.2%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로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기젬 카라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은 유로존 나머지 국가를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느린 경기회복은 여전하지만 낮은 유가가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 기조도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ECB는 3월부터 1조1000억 유로 규모의 미국식 양적완화(QE)를 실시한다.
유로존의 올해 CPI 상승률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할 것이지만 GDP 성장률은 1.2%, 내년에는 1.6%로 오를 것이라고 통신은 내다봤다.
마르코 발리 우니크레디트 수석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유가와 유로의 낮은 수준이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이 두 가지 요소가 기업에 좋은 영향을 미쳐 더 많은 순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최대 은행 BBVA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하락이 앞으로 2년간 스페인 GDP에 0.7%를 더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고 추산했다. 유럽 석유 기준가격인 브렌트유는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에서 50% 이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