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백기사를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김택진 대표로서는 방준혁 의장을 우군으로 확보, 김정주 넥슨 회장의 경영권 진입을 방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방준혁 의장으로서도 이번 엔씨와의 지분 교환을 통해 김정주 회장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 셈이 됐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사업과 전략적 제휴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우선 주식 맞교환을 통해 몸을 섞고,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지적 재산권(IP)에 기반해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죠.
이 자리에서 방준혁 의장은 김택진 대표의 우호세력임을 확실하게 밝혔습니다. 그는 “엔씨소프트의 주주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호세력”이라며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성장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진행한다면 현재 경영진 편을 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한 것이죠.
사실 방준혁 의장도 김택진 대표처럼 넥슨의 김정주 회장과 악연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11년 온라인 FPS게임 ‘서든어택’이 넥슨으로 넘어간 사건이 그것입니다.
당시 서든어택은 넷마블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게임이었습니다. 넷마블이 사업권을 가지고 있던 서든어택은 게임 개발업체인 게임하이(현 넥슨지티)가 개발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넥슨이 게임하이(현 넥슨지티)를 인수하면서, 넷마블게임즈의 최대 매출원 게임을 빼앗아갔습니다. 이후 서든어택은 넥슨이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까지도 국내 온라인 FPS 게임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방준혁 의장 입장에서는 김정주 회장이 얄미웠을겁니다. 이번에 엔씨소프트와 지분교환을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자연스럽게 넥슨에 복수도 한 것이죠.
방준혁 의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협력일 뿐 경영권 이슈에 활용되기 위한 지분투자는 아니다”라며 한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방준혁 의장이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라는 두 거대한 공룡의 싸움 사이에서 실리를 챙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