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2009년 혜성처럼 등장한 비트코인에 대해 성장성과 미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가 하면, 해킹ㆍ도박 등 어두운 면모가 드러나자 보안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로 알려진 정체 불명의 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가상화폐다. 유럽ㆍ북미ㆍ중국 등에서 실제 돈처럼 사용되면서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독일은 2013년 8월 비트코인을 개인간 거래용 통화로 인정했고,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내놓기도 했다.
◇ ‘무서운 성장’비트코인, 미래 화폐로 대체될까? = 비트코인의 미래 화폐 가능성은 전세계적인 기업 움직임을 통해 사실상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온라인 ‘윈도스토어’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으며, 델ㆍ익스피디아도 같은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다. 또 일부 국가의 경우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영국정부는 최근 디지탈 화폐관련 법안을 마련,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인정하기도 했다.
정부,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비트코인의 가파른 성장성에 기인한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가격은 2013년 사상 처음으로 단위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2009년 1월 개발된 지 4년 만에 2만배 이상 뛴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 때부터 비트코인을 실험단계에서 한 단계 높아졌다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업들도 이 때부터 엄청나게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2013년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비트코인 중개업체 코인베이스가 벤처캐피탈 펀딩을 통해 사상 최고 규모인 2500만달러(약 263억원)의 투자를 신규 유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최근에는 비트코인 거래가 2년 뒤 두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주니퍼 리서치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비트코인 거래는 5600만건으로 지난해 대비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거래량은 2470건, 2013년은 1800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이 신성장 먹거리로 떠오르며 비트코인도 주요 금융채널 가능성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비트코인은 앞으로 단순한 가상화폐의 기능을 넘어 “IoT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IoT 시대에는 기계끼리 주고받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한 데 비트코인이 주요 금융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성장거품 뒤에 숨겨진 해킹ㆍ도박 등은 여전히 위험요인 =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은 소유와 거래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는 점에서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해킹ㆍ도난 사건에도 노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근 들어 비트코인 도난 사례는 물론, 해킹 사건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 비트코인 지갑서비스 블록체인 인포의 도난 사건에 이어 지난 1월에는 디지털화폐인 비트코인이 대교모로 해킹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슬로베니아에 본사를 둔 비트스탬프는 지난 1월 4일 “비트코인을 저장한 가상 지갑을 해킹당해 1만9000 비트코인을 도둑맞았다”면서 해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비트코인 고객들은 “지속적으로 해킹 사건이 터지다 보니 불안해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겠냐”며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나의 비트코인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증해줘야 맘 놓고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거래소는 개인이 거래하는 비트코인 대부분을 보관하고 있다. 이외에 거래소에서 유통되지 않는 80~90%의 비트코인은 온라인과 분리된 콜드월릿에 보관해 안전하다는 게 거래소 측 주장이다. 하지만 내부 해킹, 거래소 파산, 화재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보증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은행의 경우 설립 자본금 1000억원으로 설정해 진입 장벽이 높지만, 비트코인 거래소는 이 같은 규제가 전혀 없어 개인 창업자가 난립하는 상황이다.
이에 제3의 신탁기관 위탁 등 재산 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투자자에 의한 거래가 대부분으로 지불 수단으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할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니퍼 리서치는 비트코인 가치가 절반으로 뚝 떨어져 올해 비트코인 가격은 5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