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기금이 글로벌 초저금리 기조 속에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빠졌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진단했다.
팬션프로텍션펀드의 집계에 따르면 6100여 개 유럽 연기금 가운데 적자를 본 곳이 5100개 이상이다. 이에 연기금은 투자대상을 신흥국과 인프라 채권, 기업 여신, 사모펀드 등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자산관리 부문의 로버트 굿먼 글로벌 보험사 담당 책임자는 “연기금들이 어떻게 적정 수익을 실현할지가 최대 과제”라며 “이는 투자 다각화가 갈수록 활성화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타워스왓슨의 앨래스데어 맥도날드 대표는 “이런 식으로 위험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투자수익률 악화로 적자를 본 대표 연기금으로 영국 통신회사 BT를 꼽았다. BT는 지난달 적자 규모가 70억 파운드(약 12조원)에 이르는 연기금에 15억 파운드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전 투자 규정이 있기 때문에 연기금의 위험자산 투자 확대 시도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보험협회에 따르면 유럽 보험업계 투자 포트폴리오 8조5000억 유로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국채와 회사채로 구성돼 있다. 핀란드가 이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5년물 국채를 발행했을 때 응찰률이 1.5배를 넘었던 것도 이런 규정 때문이라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