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딱지떼기③] 언제나 ‘탈탈탈’ 털리는 수습기자 탈곡記

입력 2015-02-23 18:31 수정 2015-02-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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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8기 수습기자들. 왼쪽부터 정다운, 유지만, 오예린, 정경진 순. 장세영 기자 photothink@
수습기자가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 있다. 선배들의 무한 사랑의 증표인 ‘탈곡기’다. 그렇다. 영혼까지 ‘탈~ 탈~’ 털린다고 하여 일명 ‘탈곡기’로 불린다. 기자가 갖춰야 하는 개념이 아직 덜 장착된 수습기자가 진정한 기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선배들의 ‘털기’ 기술이 필요하다.

소위 ‘언론고시’를 공부했지만, 기자가 정작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병아리 수습기자들을 위해 선배들은 A부터 Z까지 기본교육을 다시 한다.

그 중 첫 번째는 바로 ‘보고’다. 어디로 출입을 했는지, 기사 작성은 완료했는지, 어디로 이동을 했는지, 무슨 정보를 들었는지 시시각각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보고는커녕 연인에게도 문자씹기 신공을 펼쳤던 수습기자들에게 ‘보고’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보고는 통상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각자의 출입처에 도착하자마자 데스크를 포함한 같은 부서 선배에게 “00으로 출근했습니다”라는 보고를 보내야한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아난 만큼 메신저 보고가 있어야만 출근 여부가 확인된다.

수습기자가 되기 전 인턴기자 신분으로 출입처를 돌았을 때다. 보고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아 출근 후 메신저를 키는 것도 깜박하고 신문 스크랩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때 선배에게서 온 전화. “너 지금 어디니?”

하지만 선배에게 털렸다고 슬퍼해서는 안된다. 메신저를 로그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즉 출근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새파란 신입이 회사에 무단결근을 한 셈이다. 그렇게 오해받기 전에 선배 선에서 후배 위치를 파악하고 그것을 데스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보고는 필수다. 특히 취재가 잘되지 않을 경우에는 선배에게 꼭 보고해야 한다. 보고하지 않고 혼자 끙끙거리다가 마감 시간이 닥쳐왔을 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

얼마 전 얘기다. 비협조적인 취재원과 부족한 시간 때문에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갔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결국, 마감 시간에 닥치자 턱없이 부족한 결과물이 나왔다.

선배의 2차 탈곡이 시전됐다. “왜 보고 안 했니?”

취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잘 안되고 있다’고 보고해야만 서둘러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보고하지 않은 채 부족한 결과물을 내놓게 되면 돌아오는 것은 ‘지면 펑크’다. 취재 중간중간 상황보고를 하면 정작 보고를 받는 선배는 일이 배로 많아지지만, 후배 기자는 오히려 안전해지는 셈이다.

두 번째는 ‘마감 시간’이다. 마감은 기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아무리 잘 쓴 기사라고 해도 지면에 실릴 수 없다. 그래서 ‘마감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언젠가 마감 시간을 훌쩍 넘긴 일이 있었다. 그 결과 같은 부 선배는 물론 편집부 선배도 애를 먹었다. 마감 시간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선배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무개념이었는지 깨달았다.

사실 이외에도 기자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은 많다. 그중 하나는 출입처가 어디인지에 따라 옷차림도 달라야 한다는 것. 한 동기는 금융기관으로 출입할 때 운동화를 신고 갔다가 그 모습을 본 선배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5개월째 접어드는 기자생활을 하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보고’와 ‘마감’은 가장 기본이란 사실이다. 단 한 순간에 장착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 두 가지만큼은 최대한 빨리 탑재해야 ‘탈곡’에 시달리는 나날들도 끝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배들의 무한한 사랑과 책임, 관심 없이는 탈곡기를 통과할 수 없다. 오늘도 온 힘을 다해 후배 뒤치다꺼리 해주는 선배에게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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