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서인국입니다. 지난 5일 막 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습니다. 그동안 광해군을 그린 작품들은 많았지만, 이번 ‘왕의 얼굴’ 속 광해 캐릭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지 않았나 싶어요.
다름 아닌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었던 점 때문이에요. 우선 그 방법으로는 외모적으로 살을 이용하자고 생각했어요. 어린 왕자 시절에는 살짝 통통한 느낌을 내서 젖살처럼 포동포동한 인상을 줬고요. 이후 임진왜란이 터지고 나서는 고생한 느낌을 내기 위해 실제로 다이어트에 돌입했지요. 또, 시간이 지나 수염을 달아 아무래도 외적인 변화를 크게 가졌고요.
제가 나름대로 계산했던 건 바로 말투와 목소리였어요. 다른 사극을 보면, 왕자가 아닌 평범한 신분의 역할들은 말을 편하게 하더라고요. 어린 광해의 말투는 그렇게 설정했고, 전란을 이끄는 장수 느낌을 내기 위해선 굵은 톤을 냈기도 했지요. 캐릭터의 나이에 걸맞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눈빛 또한 천진난만하게 해 어린 시절을 표현했고, 전란 이후로는 많은 표정을 짓지 않았어요. 어떤 일이 생겨도 놀라지 않고, 동요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거든요. 저는 연기 트레이닝을 따로 하진 않아요.
무엇보다 자신만의 방법을 따를 뿐이죠. 특히 PD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답을 찾아요. 누군가에게 장점이 존재하고, 그 부분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캐릭터와도 동의된다면, 과감하게 제 식대로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이번에도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고 제 대사의 울림을 각기 다르게 적용해보기도 했지요. 이처럼 저는 다양한 걸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습니다.
KBS 2TV 드라마 ‘사랑비’에서 1인 2역을 맡았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고교생부터 30대 애아빠까지, 그리고 tvN 드라마 ‘고교처세왕’ 역시 극중 1인 2역을 오가는 캐릭터로 분했습니다. 이번 ‘왕의 얼굴’에서도 15세 왕자부터 수염 난 왕까지 그려냈지요.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이 점에 매력을 느꼈고요. 제가 아닌 다른 배우가 광해를 연기했었어도, 매력적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광해를 만들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에요.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나만의 광해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점이랍니다.
광해를 떠나보내며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우리 드라마의 광해를 만나 무척 고맙다고요. 늘 캐릭터에 몰입하고 난 뒤, 캐릭터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생각했지, 떠나보내는 캐릭터에 대한 마음을 전해본 적 없는 것 같네요.
나만의 광해가 되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덕분에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으며, 얻어 가는 게 무척이나 많았다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