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왕자의 난’에 가려진 진짜 ‘날 것’의 향연 [리뷰]

입력 2015-02-2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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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또 한 명의 광해를 그렸다. 이처럼 ‘삭제된 기록’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소재다. 비록 그 대상이 허구라 해도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극적 설정은 사극이 가진 시대적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리며 시너지 효과를 유발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순수의 시대’(제작 화인웍스 키메이커,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관객의 선택을 유도할 만한 근본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

1398년, 조선 건국 7년. ‘왕자의 난’이란 피의 숙청 속에 태종 이방원이 지운 또 다른 이야기가 베일을 벗는다. 군 최고 권력자 김민재(신하균) 장군은 매혹적인 기녀 가희(강한나)의 춤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오로지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서 사람을 베어왔던 그에게 가희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 모성애를 떠올리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두 사람의 사랑은 가희가 가진 상처와 맞물려 영화 종반까지 실체를 감추고 긴장감을 자아낸다. 격변하는 상황 속에 김민재와 가희가 가진 사랑의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왕의 부마(사위)로서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진의 그릇됨은 스토리의 밋밋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타이틀 ‘순수’가 가리키는 것은 숭고한 사랑, 권력을 둘러싼 야망, 생존을 위한 본능, 그리고 성에 대한 날것 그대로의 인간본성이다. 영화는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 정안군 이방원(장혁)이 주도한 제1차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김민재, 가희, 진(강하늘) 등 가상인물을 설정해 당시 시대를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호연은 가상과 실제를 통합해 하나의 시대를 만들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신하균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몸’으로 김민재 장군의 감정을 표현한다. 신예 강한나의 깊이 있는 연기와 몸을 사리지 않는 노출신은 ‘순수의 시대’가 내세우는 최고의 반전 무기다. ‘미생’ ‘쎄시봉’ 강하늘의 연기 변신은 극에 양념을 더한다.

(CJ엔터테인먼트)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조선 시대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로 꼽히는 이방원의 카리스마와 고뇌, 날선 매력이 잘 묻어나지 않은 점은 옥에 티다. 파격적인 베드신이 개연성보다 예술성에 치중하며 ‘그저 야한 영화’로 인식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영화가 가진 소재의 무게감과 비교해봤을 때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단, 스펙터클하고 사실적인 액션 장면은 성인 사극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에 충분하다. 상영시간 113분, 청소년관람불가, 3월 5일 개봉.

▲'순수의 시대' 장혁(CJ엔터테인먼트)
▲'순수의 시대' 강한나(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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